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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은 없을까. 필자는 갤러리에서 여름을 보내는 나만의 쏠쏠한 피서법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경우 전시회 첫날, 오프닝 행사가 열리기 한 시간 전쯤 갤러리에 도착한다. 미리 도착해 작품을 둘러보면서 작품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나 제작기법 등을 살펴본다. 작품을 살펴보면 작가가 창작하면서 느꼈을 긴 산고의 시간에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필자가 곡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품 옆에 빨간 스티이미 작품이 누군가에게 팔렸다는 의미다. 이럴 때는 나랑 아무 상관이 없는 일임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만의 생각인지 몰라도 빨간 스티커가 많이 붙을수록 전시장은 활기차게 느껴지고, 갤러리 관계자의 발걸음도 가벼워 보인다.
필자는 시노래 가수라는 이유로 가끔 오프닝 행사에서 공연을 요청받는다. 갤러리 공연은 대개 마이크 없이 목소리 그대로 기타나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르게 되기 때문에 가수 입장에서는 솔직히 난감할 때가 많다. 게다가 관객이 바로 눈앞에 있어 부담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잊고 기꺼이 공연에 응하게 되는 것은, 이 자리가 한 예술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작품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필자는 전시장에서 작가의 요청으로 작품에 젖어들어 노래를 부를 때가 너무 즐겁다.
전시장 오프닝 행사의 또 다른 묘미는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진 다과, 그리고 뒤풀이 공간으로 이동해서 식사와 술로 채워지는 2부 행사에 있다. 작가와 관람객, 전시 관계자들이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짧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서먹하더라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친근해진다. 그림에 문외한이더라도 전시장에 자주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속에 숨겨진 재미와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작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작품 속에서 작가와 교류할 수 있고, 작품 감상과 함께 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갤러리 나들이야말로 최고의 피서법이다 .
진우<가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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