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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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화백의 그림 속에는 조그마한 집 한 채와 그 속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집 위로는 집을 다 덮을 만큼 큰, 붉은 꽃을 무수히 단 나뭇가지들이 우거져 있다. 온 천지 가득한 꽃그늘 아래 조그마한 방 안의 평화가 얼마나 부러운지 나도 그 옆에 가 누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공간에 있으면 사소하지만 깨가 쏟아지는 이야기가 저절로 나올 듯싶다.
사람은 크고 거창한 일로 행복해지기보다 작고 사소한 일로 행복해질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온 국민이 기뻐했던 김연아 선수나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보다, 운동회에서 받아온 아이의 ‘상’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찍힌 공책이 더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행복의 크기를 잴 수는 없지만, 아마도 자신과의 거리에 비례할 듯싶다. 자기와 가까운 일일수록 더 크게 와닿는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집을 사느라 기진맥진한 가장에게는 집은 짐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자꾸 버려야 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다. 예전에 그렇게도 탐나던 물건이나 옷이 짐스러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 물건들이 근사하게 자리하던 집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여겨지는 순간, 집이 짐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집이든 사람이든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내가 가지는 집에 대한 소망도 작기만 하다.
장독대 옆에는 나리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늘 멍청한 표정을 짓는 개는 꽃이 피든 말든 자기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는 평화로운 마당이 최고다. 그 마당에 펴놓은 평상에 앉아 상추에 쌈장 듬뿍 얹어 밥을 싸먹는 행복을 누리다보면 어느 새 머리 위에는 별도 총총 뜰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집이다. 그 집을 채우는 것은 물건도 예술품도 아니고, 사람의 향기일테니 오가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와서 같이 쌈을 싸먹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집을 지으려면 양지바른 터가 필요한데…. 어디 땅을 싸게 내놓은 데 없나?
<경일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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