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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울린다.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같이할 사람들 요기로 모여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입꼬리가 올라간 내 얼굴을 느끼며 주섬주섬 그림을 그리던 붓을 정리한다. 오늘 지인 중 한 분이 가까운 몇 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화가란 직업을 가지고 나는 참으로 여러 분야에 계시는 분들을 만나왔다. 그 인연으로 계속 즐거운 만남을 유지하는 분이 많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때로는 힘겨운 날 내가 손을 내밀면 선뜻 잡아주는 고마운 지인들이다. 저녁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때로는 실수도 곧잘 하는 나를 친구란 이름 하나로 덮어주는 소중한 나의 인연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 무작정 화가란 직업을 택했지만, 이런 좋은 인연을 많이 맺을 수 있다는 것이 화가의 또 다른 좋은 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 화가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친구가 많으면 인생에서 기회가 많다고 했던가. 그림만 그리느라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나에게 여러 분야의 친구들은 새로운 관심사와 여러가지 활동의 통로를 제공해 줬다. 그 덕분에 또 다른 멋진 세계를 맛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사람이 이승에서 인연이 되려면 전생에 3천만번의 인연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을 나는 늘 가져본다.
논어에 ‘구이경지(久而敬之)’란 말이 있다. 오래 사귀어도 처음 본 듯 존중하란 말인데,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있는 구절 중 하나다. 예의란 상대방이 귀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하고,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나부터 베풀고,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대하며,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하는 듯하다. 여기에다 늘 이렇게 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첨가해야 할 항목인 듯싶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들. 저에게 와 줘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권유미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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