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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연을 들어주는 프로그램

2012-09-06
[문화산책] 사연을 들어주는 프로그램

북을 어깨에 가로질러 메고 농촌에 들어섰다. 멀리서 깨를 털다 손을 놓고 달려드는 70대 노부부의 얼굴에서 2박3일 일정의 녹화현장에 도착했음을 깨닫는다. ‘싱싱 고향별곡’의 무대는 대구·경북지역의 농어촌이다.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문경이나 점촌의 광산촌도 무대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연진은 특별하게 꾸미지 않고 농어촌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농민과 어민이다. 물론 이들에게는 TV 앞에 선다고 특별한 분장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필자 역시 가능하면 이들과 함께하는 뜻에서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출연한다. 이젠 오히려 분장하는 것이 어색할 지경이다.

지난 5년간 대구·경북의 오지를 매주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찾았다. 방송 제작진과 함께 농어촌을 찾을 때마다 변함없이 느끼는 감정이 하나 있다. 평생 시골에서 오만 가지 경험을 이겨내면서 버텨냈다는 표현이 정확한 농어민들은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원 없이 쏟아낼 장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 팀이 마을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대본에 담길 기발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제보되고, 덩달아 작가들의 손도 바빠진다. 대본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대본에 담길 소재와 이야기를 찾기 때문이다. 이젠 이들의 하소연이나 기구한 인생역정에 대해 동정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미지의 개척지를 탐구하듯 모든 사실을 하나둘씩 열어젖히면서 농촌의 현재를 조명하는 역사학자 같은 심정으로 임하곤 한다.

끊임없는 이들의 말을 듣다 보면 방송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최근 들어 우리 프로그램이 지역방송 최고의 시청률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필자와 담비, 스태프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덕분이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한 마을의 녹화를 마치고 떠날 때쯤이면 이별여행을 한다는 것을 새삼 알아차린다. 잠깐 동안의 정분이 발길을 붙잡는다. 담비의 얼굴에도 가득 슬픔이 느껴진다. 나는 마지막 과장된 몸짓으로 북채를 하늘 높이 들면서 이장 댁의 마당 한가운데를 신나게 돌아본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헤어짐의 슬픈 기운을 털어내려는 나만의 별난 방식임을 제작진은 이미 잘 알고, 자리를 미리 하나둘 떠나준다.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방송 차량 짐칸에 가득 싣고서….

한기웅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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