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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역의 산골마을을 찾았을 때다. 작가와 필자는 출연진을 물색하기 위해 여기저기 마을을 기웃거리는데, 이 마을 이장님이 칠공주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들 자매의 모친을 한 번 만나보라고 권했다.
일곱자매의 어머니는 필자를 보자마자 얼싸안으면서 “요즘 꿈이 뒤숭숭하더니만, TV에 나가려고 그랬는 갑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필자는 여차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할머님은 좋으시겠습니다. 딸이 일곱명이어서 각자에게 10만원씩만 받아도 한 달 용돈이 자그만치 70만원이나 되네요"라고 여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전혀 딴판이었다. “이보게, 기웅아제. 나는 딸 모두에게 한 달 용돈을 1만원으로 제한했다네. 모두 합치면 7만원이지." 이 대답을 들은 필자는 대뜸 할머니에게 되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사연은 여러 촬영스태프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손가락을 크게 펼쳐보인 할머니 말인즉슨 이들 손가락이 모두 내 손가락이지만, 개중에는 엄지처럼 통실하면서도 짧은 놈, 새끼손가락처럼 가늘고 여린 놈 등 모두 다르다는 것. 고로 일곱 딸의 형편이 모두 같을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어느 딸은 10만원을 송금했는데, 형편이 여의치 못한 딸이 그 금액을 부치지 못했을 때 받을 마음의 상처는 누가 대신하지 못하고, 어미로서 절대 그런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용돈이 부족하더라도 딸들의 형편을 미리 챙기는 것이 모정이라고 했다.
요즘 들어 가족 간의 분쟁과 형제 또는 자매 간의 법적 공방이 예사롭지 않은 지경에 놓였다는 어느 법조인의 한탄이 생각난다. 물질 만능의 세태가 보여주는 극단의 상황이 즐비한 가운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할머니에게 요즘도 가끔씩 안부전화로 근황을 묻는다. 가족이 던져주는 혜택에 앞서 서로의 아픔을 챙겨주는 지혜는 힘든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도 정을 나눌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꼭 되새기고 싶다.
한기웅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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