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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소한 것들의 그리움

2012-09-14

시원한 저녁바람에 가을이 다가왔나 싶더니 한낮의 햇볕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뜨겁다. 어린 시절엔 한 철 보내기가 그리 더디더니, 요사이는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지난 날을 추억할 정도의 나이가 된 사람들에겐 기억 속의 사람이나 특정한 장소에 대해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에겐 40년이 훌쩍 넘은 낡은 흑백사진이 있다. 한 장뿐인 사진이다.

마당 뒤로 처마 끝 서까래 밑에는 주렁주렁 마늘 꾸러미가 매달려 있고, 툇마루 아래에는 둘둘 말린 멍석이 가로 놓여 있다. 집 뒤로 초가집이 듬성듬성 보이는 1970년대에 흔히 볼 수 있는 농촌풍경의 사진이다. 그 초가집엔 어릴적 동무들이 살았다. 상수, 금희, 양희가 살았다. 기와지붕 위에는 와송(瓦松)이 많이 있었다. 동생과 함께 솔방울을 던지고 도르르 내려오면 받는 단순한 놀이를 자주 하였는데, 솔방울이 와송에 걸려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최근 암세포를 죽이는 아주 유효한 물질이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굼벵이다. 초가지붕에 새 이엉을 얹을 무렵 썩은 초가지붕의 이엉 속엔 굼벵이가 많았다. 등줄기가 하얀 손가락 굵기의 애벌레는 매미의 유충이다. 7년 동안 유충의 시기를 보낸 뒤 한여름 동안 짧은 삶을 살다 가는 매미는 그 시절 우리에게 좋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초가지붕은 슬레이트로 바뀌었고, 우리의 참매미 유충인 굼벵이도 사라져갔다.

초가지붕이 사라진 오늘날 이 유충은 항암효과가 뛰어난 약재로 널리 사육되고,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정다운 벗과 선후배들이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들었던 참매미의 정겨웠던 울음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도심 한가운데서 짜증나게 울어대는 외래종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어찌보면 진정 소중한 알짜배기들은 사라지고, 요란하기만 한 가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추억의 대상들과 마주하고 싶지만,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사무친다. 그리운 옛 동무들아, 그때가 정말로 그립구나.

허성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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