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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시장에 진출하여 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아이튠즈’ 음원과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올랐다. 그의 노래는 19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식을 줄 모르는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따금 TV에서 그를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쭉쭉 빠진 멋진 가수들 사이에서 배 나온 아저씨 싸이의 저 근거 없어 보이는 자신감과 배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가 아마도 포용력 넘치는 성공한 부모의 자식일 거라 생각했다.
바야흐로 대중문화의 시대다. 경쟁에 시달리며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진지하고 엄숙한 순수예술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대중예술을 통해 심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위안을 받는 것 같다. 실제로 고학력 전문직의 경우 사회의 분업구조 속에 갇혀 비교적 단순한 정신노동을 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필요로 하는 순수예술보다 쉽고 가벼운 대중예술의 수용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싸이의 음악과 동영상은 표피적이고 일시적이며, 육체적 체험을 소비하게 해 준다. 그리고 가장 통속적이고 본능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대중 미학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에 몸을 흔들다가 마침내 그의 춤을 따라하고, 패러디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강남스타일’은 독창적이지 않다. 오히려 말초적이고 치명적인 진부함으로 무장해 있다. 차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점이 ‘강남스타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반복되는 리듬 속에는 유치하지만 오락과 재미의 요소들이 가득하다. ‘강남스타일’은 이런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추고, 대중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진지하게 실천하는 중이다.
‘강남스타일’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강남의 속물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모두가 속물인 우리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풍자와 위트의 음악이다. 그래서 모두들 정곡을 찔린 채 포복절도하는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현대 도시인들의 삶의 맥락과 정서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강남스타일’은 성공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과 한국 경제가 만들어 낸 여유로움의 결과이기도 하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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