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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도서관의 많은 장서와 시설을 언제든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의 하나로 다가온다. 도서관에 가면 가득 진열된 장서들이 주는 포만감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제든 손을 뻗치면 닿을 곳에 책이 있고 그 사이에 나는 또 살아있는 텍스트로 앉아 있다.
도서관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아마도 책이 시간 속에서 건조되어 가는 냄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선 어릴적 창고 높이 쌓여있던 볏짚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반찬투정을 하고 쫓겨난 겨울 아침, 큼큼한 냄새가 나는 짚더미 속에 새 새끼마냥 파묻혀 한나절을 보낸 일이 있다.
‘치, 아무도 날 못 찾겠지. 찾아 봐. 흥, 못 찾겠지.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말해, 말해 봐.’ 속으로 종알거리며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후각의 힘은 강하다. 그 오래된 냄새를 도서관에서 다시 맡는다. 그래서 여기만 오면 편하다 못해 나른함이 밀려온다.
시험이 끝난 주말이나 방학이 되어 한적해진 도서관에 가면 이 넓은 장소를 혼자 다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아 즐거워진다. 이 많은 책과 이 큰 건물의 주인이 된 것 같아 흡족해진다. 자고로 도서관은 규모가 커야한다고 했다. 대영도서관이나 프랑스 국립도서관, 하버드대 도서관 같은 세계 유명 도서관이 높은 천정과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된 멋진 열람실을 갖춘 것은 거대한 공간이 주는 아우라 속에서 웅대한 이상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는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위로가 필요하다고 징징대는 청춘들은 여기에 없다. 노트북을 두드리는 자판의 경쾌한 리듬을 듣고 있으면 저들의 미래 또한 유쾌해지리라는 확신이 든다.
경산 서상동에 오래된 도서관이 있다. 1966년에 세워진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다. 어찌된 일인지 이 도서관은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모텔에 둘러싸여 찾기조차 힘들다. 향락을 추구하는 세태와 그것에 편승한 행정편의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난 도서관이 신축 모텔들 사이에 끼여 초라하다 못해 애처로워 보인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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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모텔 속 작은 도서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09/20120926.01022073335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