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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무거나

2012-09-28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거나, 무심코 쓰는 말 중에 ‘아무거나’가 있다. ‘아무거나’에 쓰인 ‘나’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능한 대상 가운데 더 나은 것이 선택되지 못하고, 그보다 못한 것이 선택됨을 나타내는 보조사’라고 정의되어 있다.

최근 한 곰탕집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오늘 뭐 먹을까”라고 말하자, “음, 아무거나 먹지”라며 태연히 앉는 게 아닌가. 점심 메뉴라고 해봐야 곰탕, 설렁탕, 도가니탕, 꼬리곰탕이 전부인데 고르기가 그렇게나 어려워서 상대방에게 떠넘기나 싶었다.

어찌보면 “시장이 반찬인데, 어떤 것을 먹어도 난 괜찮아”라는 매우 포용성 있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는 자신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고약한 말버릇처럼 느껴졌다.

이런 식의 표현은 아주 다양하게 쓰인다. ‘밥하기 귀찮은데 자장면이나 시켜먹을까’ ‘시간도 많은데 영화나 보러갈까’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자라’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지만, 필자에게도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수 년 전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생전 처음 본 메뉴를 보고 어리둥절한 나는 촌놈 취급을 당하기가 싫어 “아무거나 같은 걸로”라고 외친 적이 있다. 처음 와본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에는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제공하는 맞춤형 요리라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아무거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전시회를 열면 고맙게도 많은 지인이 축하의 말을 적은 화분을 보내온다. 직접 전시장을 찾아 덕담을 건네거나, 방명록에 축하의 글을 써주는 분들은 오래도록 정신적으로 나를 지탱해 준다. 미안함과 부담감에 정작 마음에 없는 작품을 적당하게 ‘아무거나’ 사주지 않아도 좋다. 그냥 눈으로 즐기는 것만으로 족하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얼마인지 거리낌없이 물어보라. 절대 실례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두루뭉수리하게 말하지 말고, 딱 부러지게 표현했으면 좋겠다.

허성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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