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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반려식물

2012-10-03
[문화산책] 반려식물

몇 년 전부터 수선화를 키웠다. 꽃잎이 여섯 장인 흰색 꽃, 이게 진짜 수선화라고 해서 사왔다. 높은 산에 살던 꽃이라 9층 아파트가 낮지 않을까 생각하며. 몇 년 동안 공들여 만든 작지만 우거진 정원 속에서 수선화는 잘 자랐다. 아침 저녁으로 베란다에 나가 나무와 넝쿨식물과 목마른 영혼들에게 물을 주며 말을 걸었다. 식물과 나누는 말은 주로 안부와 칭찬이다. “잘 잤니? 너 하룻밤 사이에 이만큼 컸구나. 넌 봉오리를 맺었네? 어, 새 잎사귀가 났네. 진짜 너무 예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이를 키울 때 이렇게 칭찬을 많이 했나 싶다. 늘 지금보다 나은 것을 기대했고, 알게 모르게 비교했기 때문에 칭찬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기대에 못 미치면 사랑하는 마음도 거둬버렸다. 철이 없는 엄마였다. 한데 자연의 생명체들에 대해선 있는 그대로를 너그럽게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첫해 수선화는 8월 중순부터 대궁을 올리더니 11월 중순까지 90송이 가까이 꽃을 피웠다. 날마다 베란다로 나가서 수선화를 위해 시를 읽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겨울에는 제라늄이 붉은 꽃을 피웠다. 사철 내내 꽃이 피는 집은 밝고 환했다. 이따금 공부하는 방 베란다에서 우거진 정원 쪽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늘 이렇게 환하고 행복한 집이 되게 해 달라고. 생각해 보면 나무와 꽃은 내 반려자들이다. 불편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식물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훨씬 즐겁다. 우리는 오로지 이해하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귀 기울여 들어준다. 그래서 함께 꽃처럼 예뻐지고 있다.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웃으면서 주로 어떤 노래를 부르냐고 물었다. ‘한 떨기 장미’ ‘너 또한 좋아’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 같은 노래들이라고. 그러고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노래들이다. 음지에서 자라기를 좋아하는 식물도 있지만, 꽃을 피우는 것은 모두 햇빛 쪽으로 기울어진다. 내 영혼도 구름이 많이 끼여 있어서 늘 햇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환한 베란다 쪽으로 자꾸 마음이 기운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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