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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균등하게 분배되는 가을 햇살

2012-10-10

오랜만에 답사팀을 따라 가을 속으로 떠났다. 주말에 집중해서 처리하려고 미뤄뒀던 일, 온갖 집안일을 덮어두고 즉흥적으로 계획에 없었던 일을 저질렀다.

습기 가신 맑은 바람을 맞으며 아직 따가운 가을 햇살 속을 걸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무책임하고 무리한 짓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복잡한 도시와 다른 차원의 시간을 이루고 있는 자연 속을 걸으며 몸속으로 천천히 파고드는 은근한 기쁨을 느낀다. 어느새 복잡하고 무겁던 몸과 마음은 편안해지고,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목덜미를 찔러대는 따가운 가을 햇살과 맑은 바람을 맞으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모든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에서 벗어나 가장 본질적이고 선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존 무어는 산에서 보낸 하루가 몇 수레의 책보다 낫다고 했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가을꽃과 말라가는 풀을 바라보며 무한한 우주속 한갓 피조물에 불과한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는 여기 숨 쉬고 살아서 꽃과 나무를 보고, 산과 구름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을 창조한 조물주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다. 자연이 가지는 가장 큰 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정화작용이 아닐까.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부의 재분배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되는 시대다. 루소는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사유재산제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가을 햇살만큼은 신의 은총처럼 가난한 사람에게나, 부유한 사람에게나, 슬픈 사람에게나, 아픈 사람에게나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내려 비친다.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눅눅한 마음을 바람에 말린다. 자연상태의 인간이야말로 주체자의 자질과 자기 완성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루소의 말을 다시 음미해 본다.

삶에 끌려가는 나날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하루를 보내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만추로 이울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연이야말로 어떤 종교보다도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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