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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땅의 수확, 이웃과 나눴으면

2012-10-18

요즘 벼 익는 들녘의 모습이 하루하루 다르다. 새벽의 찬기운이 목을 절반쯤 사라지게 하는 계절이다. 영글던 포도알이 탱탱하게 터져 푸른 물빛을 발산하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늘어져 어머니의 휘어진 등을 닮았다.

땅을 딛고, 갈고, 뭉개며 버텨낸 지난 역사들. 흔적도 없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사라진 손지문은 결코 잊지 못하고 아픈 상처에 시린 가슴을 자극한다. 천둥치고 번개치며 태풍 때문에 마음 졸였던 시간들. 도회지 대학에 다니는 막내의 마지막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처럼 바지 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던 누렁이 새끼를 장터에 내다 팔았던 기억의 파편들. 이 모두가 수확의 계절로 치닫는 지금, 아픔에서 추억으로 전환시키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해거름녘 시골의 풍경도 예전 같지 않다. 부산하게 서두르는 먹이 본능이 사라진지 오래. 예전같지 않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저녁을 마련하던 모습은 이젠 추억으로 저장되었다. 전국의 시골이 도시화를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시골을 점령한 뒤 제일 먼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적을 알 수 없는 기계와 전자장치들의 점령이다.

담을 사이에 두고 대청마루에서, 논물을 대고 집으로 돌아온 이웃을 불러 함께 나누던 밥상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공동체 생활이 점점 옅어지는 대신에 휴대전화와 컴퓨터, TV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엄친딸과 엄친아는 지난 시절 공동체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시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정신세계의 변모를 겪었다. 농촌의 수확은 생명을 이어주는 선순환 구조에서 변모해, 벌리지도 않는 돈을 위해 환경 파괴도 주저하지 않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이 느껴진다. 변화를 추구하는 세상의 거칠고 숨막히는 레이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상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땅의 수확이 이 가을의 햇볕만큼 이기심 없이 무작정 나눌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기웅<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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