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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두고,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 한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학자조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라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급격한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될까 불안해하는 마음을 안고 산다. 평생교육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런 말들은 잠시도 방심하지 말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는 강압적인 뜻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붉은 여왕 효과’라는 말도 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야기로,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쟁사회를 가리키는 말로 재해석되어 쓰인다.
자신을 끝없이 혁신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경쟁에서 살아남아 승자가 되는 일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다음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한때 고도성장 시대를 거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당연시 여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 고물가, 고용불안이 지속되는 시대에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변화와 발전이 가져오는 불확실성 속에서 현대인들은 오히려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전자산, 안정된 직업, 안전투자. 심지어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이 최상위를 차지했다. 불경기가 한창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의 꿈조차 현실적으로 재편해 버리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걱정도 없고, 슬픔도 겪지 않고, 선의에 가득차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 현실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이 시대는 힐링을 대량으로 소비한다. 대중문화 전반이 위로를 상품화해 팔고 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그 어떤 것보다 가족이나 사람, 사랑 같은 오래된 가치가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점차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가을 속을 헤매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만들어 따뜻한 가족을 만들길 바란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있다. 때마침 FM 라디오에서는 ‘달에 붙이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서영처 <시인·영남대 교책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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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변화의 시대, 불안의 시대](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10/20121031.01022073054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