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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주전자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2012-11-07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서 차를 끓이는 일이 많아졌다. 뜨거운 물을 바로 쓸 수 있게 해 주는 편리한 기능의 제품이 다양하게 나와있지만, 나는 집에서만큼은 찻물을 끓일 때 주전자를 쓴다. 그 생김새를 보면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이 넓어 안정감이 있으면서 손잡이에서 몸통을 거쳐 물이 나오는 부분까지 이어지는 곡선이 조형적이기까지 하다. 이 모양을 보고 있자면, 주전자는 무대 위에서 관객인 나를 향해 한쪽 팔을 들어올려 정중히 인사하는 공연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나에게 주전자는 일상에서 누적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물이다. 어릴 적 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건 너무 희미한 기억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만 되면 나는 화목난로를 쓰는 한 지인의 작업실에 놀러간다. 난로 위에서 뜨거워진 주전자의 물로 따뜻한 차를 대접받을 때마다 뜨거워진 주전자의 물은 찻잔을 통해 나눠지는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처럼 정겨움은 더해진다. 아날로그적 일상이 당연했던 시절에 이웃 선배 아줌마들과 나눈 수다를 풍요롭게 했던 것도 이 주전자가 나름대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주전자는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을 덜어내기에 용이하게 만들어진 그릇이다. 그릇 속에 담긴 내용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 그릇의 명칭을 결정한다. 내 기억 속의 주전자에는 언제나 따뜻하고 정겨운 무엇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까 주전자는 채움의 기능과 비움의 기능이 각각 부여되어 있으면서 나눔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게 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주전자는 특별한 존재다. 일상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채움과 비움과 나눔의 기쁨까지 누리게 하는 주전자를 대하면서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아니한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다가오는 겨울엔 내가 속한 이 사회에서 ‘주전자 같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따뜻함을 전하면서 쓰임새도 많은 주전자 말이다.

김효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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