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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날, 동네 꽃가게 앞을 지나면 가끔 발걸음이 멈춰진다. 혹시라도 마음을 붙잡는 꽃이 눈에 들어오면, 문을 열고 들어서서 한두 송이, 혹은 한 단을 고른다. 꼭 선물하려는 용도는 아니다. 그저 꽃이 아름다워 보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어 꽃을 산다.
“선물하실 건가요?” 꽃가게 주인이 묻는다. “아니에요. 그냥 집에 꽂아 두려고요.” 꽃집을 운영하면서도 가끔 이렇게 꽃을 사곤 한다.
물론 이런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도 들어올 것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거나 축하하기 위해 꽃을 고르는 이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 꽃을 골라가는 손님을 만나면 참 예뻐 보인다.
‘아, 저 사람은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독일에서 플로리스트과정을 공부할 때 흔하게 접할 수 있던 모습들, 그 신선했던 문화를 한국에서도 간혹 만날 때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꽃가게에서는 보통 꽃을 다듬어 두기 때문에 집에 가져와서 특별히 다듬을 필요가 없다. 줄기 끝만 살짝 잘라서 어울리는 화병에 담아두기만 해도 충분하다. 이렇게 특별한 장치 없이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줄 수 있는 것 또한 꽃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플로리스트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적당한 빛·물·공기와 그것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생활 속에 꽃을 들여올 수 있다. 부엌 한편에 가지각색의 달리아, 침실에 라넌큘러스 몇 송이만 두어도 조금 더 즐겁게 요리를 할 수 있고, 조금 더 달콤하게 잠들 수 있다.
귀여운 허브가 등장하는 봄에는 어김없이 우리 집에도 이들 화분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친구 손에도 한 다발씩 들려 보내 집집이 향을 가득히 퍼뜨린다. 한마디로 향기 바이러스다. 코끝에 간질간질 기분 좋은 향이 스쳐 지나가면 행복이 밀려온다.
꼭 향이 없어도, 여러 가지를 섞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인생을 풍성히 만들어 주는 게 꽃이 가진 힘이다. 어렵지 않게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방법 중 하나.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기 자신을 위한 몇 송이의 꽃 선물은 어떨까.
정유연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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