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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여행에서 이전과 달리, 비행기 내에서 보낸 시간이 아주 짧게 여겨진 경험을 하였다. 통상 준비해 간 책을 보거나 잠을 청하지만, 긴 시간의 비행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비행기엔 우선 볼거리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도착지의 여행정보와 최신영화, 그리고 쇼핑 정보가 개별 모니터를 통해 충분히 제공되는 등 소프트웨어가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하였다.
이번 여행에서의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사고의 접근방식에 대해 생각 나는 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직업군의 너무나도 다른 접근방법이 인상적인 에피소드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가는 기차여행의 질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엔지니어들에게 주어졌다. 오랜 회의와 조사를 거쳐 엔지니어들은 공학적 해답을 내놓았는데, 60억파운드를 들여 런던에서 도버해협까지 이르는 선로를 완전히 새로 건설한다면 원래 3시간30분 걸리던 여행시간을 40여분이나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엔지니어들의 공학적 답변에 대해 유명한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전문가인 로리 서덜랜드는 “기차여행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치고는 상상력이 매우 부족한 접근”이라는 평과 함께 다른 답을 내놓았다. “남녀 톱모델들을 고용해 기차 안에서 워킹을 하면서 공짜로 ‘샤또 페트루스’를 여행 내내 따라주면 됩니다. 그러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승객들이 기차를 좀 더 천천히 달리게 할 수 없느냐고 요청할 것입니다.”
최근 인문서적의 인기가 높아지고, 짧은 인문학 강의를 제공하는 팟캐스트가 큰 관심을 끄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문화나 인문학은 더는 찾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는 삶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공학적 접근보다는 인문학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분명히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범한 물건에 특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접근, 상품 자체보다 상품에 대한 인지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창의적 발상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김문열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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