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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자주 사용되고 익숙해진 아주 사소한 물건을 통해 나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익숙하고 사소한 물건과 관련된 주관적인 의미들, 그것이 내 작품의 소재가 되어 버렸다. 그중 하나인 가위는 특히 애정이 많이 가는 소재다.
가위는 교차된 두 개의 날에 둥근 구멍으로 된 각각의 손잡이가 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쓰시던 무쇠로 만들어진 봉재가위에는 이 두 개의 구멍 중 한쪽에 혹이 하나 있었다. 또 양쪽 구멍의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런 두 개의 날을 따로따로 보면 남성과 여성을 기호화한 형태와 흡사하다. 이것은 나에게 남성과 여성, 혹은 나와 너처럼 인식되곤 한다. 남성과 여성, 나와 너의 모습은 비슷한 듯하지만 제각각 다른 속성을 가진 존재다. 속성이 서로 다른 존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험한 세상을 살아가며 행복을 이루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위의 가장 큰 기능은 자르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 부정적인 양면성을 갖는다. 나는 가위의 긍정적 기능에 무게 중심을 두고 본다. 무엇을 어떻게 자르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기 위한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선을 정확하게 지나면서 가해지는 행위라고 해석하고 보면 아주 멋진 행위에 쓰이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두 개의 날카로움이 서로 마주하고 있으면서 절묘하게 서로를 비껴가는 동작으로 임무가 수행되는 도구라는 점을 바라보며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가위가 하는 일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 조화롭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삶의 태도와 같은 이치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나는 원목 판재에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위의 형상을 뚫어 새겼고, 이 작품의 제목을 ‘유능한 커플’이라 지었다. 사회 속에서 나의 역할은 혼자 잘났을 때보다 대상과 조화로울 때 더 이롭고 효과적인 빛을 발휘한다. 그 대상이 누구든지 말이다. 나의 사소한 사물 탐구는 이런 매력 때문에 이어진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심스레 되묻는다. 당신은 누구와 유능한 커플입니까.
김효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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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유능한 커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11/20121114.01022072204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