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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작업실 위층에 세 놓은 빈집을 보러 왔다며 총각 두 명이 부동산중개소 직원과 함께 찾아왔다.
나는 집주인을 대신하여 그 빈집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이 건물은 외양만큼이나 내부도 좀 독특하게 만들어졌다. 거기에다 오래된 건물이라 많이 낡아 있었다. 그래서 집을 보러 오는 이들마다 집 모양에 대해 한마디씩 하곤 했다.
이날 방문한 두 총각 중 한 명이 주방 쪽 벽이 시작되는 부분에 세로로 길게 나 있는 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뭡니꺼? 열리지도 않구먼.”
“이 창은 채광 때문에 만들어 개폐기능이 없습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예쁘거든요. 또 비가 오면 그 유리창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도 너무 예뻐요.”
내 대답에 그 총각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남자 혼자 살 낀데, 이런 집에서 비 오는 날 창문에 비 내려오는 거 쳐다보고 있으마 정신나간 놈 아입니꺼.”
일행도 이 말을 한 총각과 함께 나를 쳐다봤다. ‘저 여자는 비 오는 날 그라고 있나 보네’라는 눈빛이었다.
순간 너무 창피하고 웃기기도 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모두 한바탕 웃었다. 다음 날 그 총각들 중 한 명이 그 집을 계약했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예쁜 것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아주 유쾌하게 경험한 날이었다.
창문에 예쁘게 빗방울이 맺혀 줄기가 되어 흘러내리는 장면,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마당 모퉁이에 자란 잡초 한 포기가 꽃을 피운 모습, 날씨 화창한 날 창문틀 안에 담긴 하늘, 골목의 높은 전깃줄에 참새 두 마리가 앉아 노는 모습, 맨홀 뚜껑의 흠집 사이로 철 모르고 빽빽하게 자란 새순의 아름다운 모습, 어미 길고양이가 새끼를 몰고 숨는 장면, 동네 꼬마들이 장난치고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장면….
나는 이런 것들이 늘 예쁘다. 사소하지만 언제나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늘 있었던 장면이다. 바쁜 도시생활에 쫓겨 무시되는 모습이지만, 나는 이런 것에서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도심에서도 무심한 자연의 일상을 포착하면 마음이 열리고, 비로소 숨을 쉬는 기분이 든다.
김효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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