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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참 예뻐보이는 날입니다. 환한 하늘에 겨울 향기를 몰고오는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런 날은 특히 꽃과 함께하면 평온을 느낍니다. 꽃의 숨소리로 하루가 시작되며, 어스름한 새벽공기와 흙냄새로 하루의 안녕을 알게 됩니다.
작고 귀여운 엘레강스꽃의 누런 잎을 정리하고, 목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시클라멘 화분에 물을 흠뻑 줍니다. 작았던 화초들이 점점 자라나면 영양분이 많은 분갈이용 흙에 옮겨 심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때를 놓쳐 식물이 얄궂게 변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제때 챙기지 못한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됩니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 늦은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 없는 식물에게는 그만큼 숨쉬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식물을 대하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식물을 가꾼다는 건 옆에 예쁘게 앉혀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꽃을 포함한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손길을 기다리는지를 알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관심이고, 배려이며, 사랑입니다.
누구나 꽃을 키울 수는 있어도, 누구나 꽃을 가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슴에 품은 따스한 온기로 꽃을 가꾸고자 늘 노력합니다.
식물의 삶이라는 것이 인간 삶의 시간에 비교하자면 한없이 짧지만, 식물에게는 씨앗에서 작은 싹이 나고 줄기를 만들고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마른 꽃이 되는 이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동안 그 식물에게도 희로애락이 겹치는 순간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물이 저에게 늘 기쁨을 줍니다. 싹이 돋으면 그 싹의 부드러움에 빠지고, 잎이 나면 녹음을 만끽하고, 꽃이 피면 빛깔과 향에 취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은 매 순간 의미가 생기고, 그 의미가 축적되며 꽃은 자라납니다.
사람들도 살면서 다양한 감정에 부딪히게 됩니다. 매일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삶의 순간마다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장면은 언제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앙상한 가지에서 꽃눈이 돋아나듯, 어제는 분명 없었던 또 다른 꽃망울이 오늘 피어나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꽃을 더욱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정유연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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