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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꽃과 연탄

2012-11-28

얼마 전 이른 아침 출근길에 어느 꽃집 앞을 지날 때, 밤새 태운 연탄재 몇 장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꽃집의 유리벽에 서린 뿌연 수증기 너머로 보이는 여린 꽃들은 저 연탄의 온기로 차가운 겨울밤을 버텨냈던 모양이었다.

하얗게 탄 연탄재와 수증기 서린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꽃들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은 듯했다. 나는 무엇이 이 생뚱맞은 두 가지를 닮아보이게 하는지 나름대로 곰곰이 생각하면서 걸었다.

꽃은 생기 있는 아름다운 외모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연탄은 제 몸을 태워 생명 있는 공간에 따뜻함을 전해준다. 생기 있는 외모, 따뜻함이 이 정도면 꽃도, 연탄도 사람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문득, 안도현의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연탄에 관한 구절이 추운 날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따뜻한 방구들처럼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연탄 한 장’ 중에서)

그날 아침 내가 보았던 하얗게 탄 연탄재는 전혀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마치 활활 타오르던 불꽃의 화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 그 연탄 속에 활활 타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제각각 누군가에게 생기 있고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어한다. 또 훈훈한 연탄이 되고, 그렇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꽃과 연탄 같은 내면을 가진 사람의 형상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그런 설레는 맘으로 밤새 차가워져 있을 작업실로 출근하던 그날 아침은, 또 한 번 무심한 사물에서 따뜻한 사람의 마음과 인생의 참 의미를 배운 뿌듯한 아침이었다.

무심한 우리들! 오늘 누구를 만나든, 마음속에 따뜻한 연탄 한 장을 지니고 나가서 생기 있고 아름다운 꽃이 되어주길 바란다.
김효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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