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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송년회

2012-12-05

또, 달력 한 장이 떨어져 나갔다. 올해의 달력은 이제 12월 한 장만 남겨놓고 있다. 이달에는 송년회, 크리스마스, 제야의 타종행사 등 어느 달보다 행사가 많다. 날이 갈수록 길거리는 점점 축제 분위기에 싸일 것이다. 나이가 든 대다수 사람은 송년모임을 12월에 갖는다. 이 때문에 12월은 피해 갈 수 없는 즐거운 놀이터이기도 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한 달이라는 시간이 휙 지나가버린 듯 휑한 느낌이 드는 달력을 보며 남은 한 장의 달력에 주어진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올 한 해 경험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1월과 2월에 있었던 일은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지난여름의 일도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달력 열한 장을 떼어낼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고, 어떻게 보냈는지 순서대로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써보는 것이다.

한 해를 시작할 때 세웠던 계획 중에는 바라던 대로 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근데 세상은 참 재미있다. 뜻대로 되지 않았기에 얻어진 멋진 일도 있었던 것이다. 열한 달을 지나오면서 함께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다음엔 나쁜 놈, 좋은 놈으로 나뉘면서 나쁜 놈으로 분류된 그들의 얼굴은 머릿속에서 저절로 까맣게 색칠되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밉고 반갑고 또 새롭게 알게 된 인물들의 얼굴엔 노랑, 주황, 빨강, 초록, 파랑의 선명하고 건강한 표정이 남겨졌다. 이 얼굴들은 살아오면서 형성된 각자의 삶의 코드가 비슷한 이들이고, 그래서 내 마음 속에 들여진 것이라는 생각에 달력 열한 장만큼 흘려보낸 시간이 별로 아깝지 않았다.

이 얼굴들은 올해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인 것 같다. 그들에게 나도 그렇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까지 가질 즈음, 나는 ‘일 년’이라는 조금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땅속에서 씨앗이 싹을 틔워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새싹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부담감과 거부감보다는 그렇게 떠오른 얼굴들이 있기에 새로 오는 한 해를 이제는 설레며 맞이할 수 있게 된 내 나이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작업실에 앉아, 멍하니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성대한 송년회를 즐겼다.

김효선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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