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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꽃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플로리스트라고 얘기하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플로리스트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물론 플로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저 좋아하는 꽃을 만지고 싶어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플로리스트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보일 수도 있으나, 파티나 행사 스타일링 등을 뒤로 들어가서 한 후 다시 뒤로 나오는 직업이다. 몇 시간의 행사를 위해 하루 이틀 밤을 지새우는 일은 다반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뒷문으로 들어가서 화려하게 꾸며 놓고 퇴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를 한다면, 백화점이 문을 닫는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픈하기 전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끝내야 한다. 호텔 로비에 꽃을 꽂는다면 투숙객들의 드나듦이 가장 적은 밤시간 혹은 이른 아침시간을 이용해 순식간에 해치워야 한다. 요즘은 호텔마다 직영 플라워숍이 있어서 내부에서 꽃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몇년 전만 해도 외부 업체가 로비의 꽃을 맡아 디자인했던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럴 때면 꽂아 놓은 꽃의 상태를 확인하고, 시든 꽃이 있나 살펴주고, 물을 보충해주기 위해 매일 호텔에 들르는 일도 일과에 포함됐다.
간혹 일에 지쳐 몸이 힘들거나 화창한 날씨에 마냥 놀고만 싶을 때도 있지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어찌할 뻔했을까하는 것이다. 팔이 저리고 다리가 아파 쿡쿡 쑤셔도, 잠을 못자서 쓰러질 것 같아도 꽃들이 물을 잘 먹어야 내가 편하고 잠도 잘 온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장미 비파 레몬’ 속 에미코는 어렸을 때부터 꽃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었다. 나도 나중에 행복한 꽃집을 하기로 막연하게 해 오던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이루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원하는 일은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물론 간절한 바람 뒤에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하다. 원하는 건 가능한 구체적으로 다짐도 하고, 그 길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다보면 길을 찾는 데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게 된다.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진 색을 조금씩 다듬어 가다보면 빛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아름다운 삶 속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뎌본다.
정유연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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