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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5’는 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일컫는 용어이며, ‘저녁이 있는 삶’은 퇴근한 뒤 가족과 함께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저녁이 즐거운 삶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가 이러한 삶을 가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보통 밤늦도록 직장에 남아 있지만, 어쩌다 일찍 퇴근해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뒤 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고, 엄마도 일하거나 아이들 뒷바라지를 한다.
필자로서도 직장생활을 할 때나 사업체를 운영할 때나 줄곧 바라는 삶이지만, 여태껏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줄곧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직업 특성상 공모전이다, 설계납품일이다 해서 항상 시간에 쫓긴다. 또 건축물을 창작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경우의 수를 대입해 최선의 답을 찾느라 혼을 파는 지루한 시간싸움을 연속적으로 벌인다.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직업을 갖게 되다보니 정상적인 근무시간만으로는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 물론 많은 고투 속에서 몸이 항상 고되더라도 답을 찾는 게임의 승리로 맘이 기쁘니 이 일을 계속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한 정치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건 슬로건이기도 하다.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지만, 대다수 국민은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됐다. 우선 국민 대다수가 그런 삶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을 정치인이 파악하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모든 국민이 삶의 질을 높여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대환영이지만, 현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과연 법으로 강제해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풍요로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지 의문시된다. 현재도 주 5일 근무로 인한 달콤한 삶을 즐길 수 있으나, 이 또한 대다수 근로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여유로운 사람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이 시간, 야근하는 근로자의 짧은 외침, ‘주말이 있는 삶’이라도 가능했으면 한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대선.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에게 진정한 삶을 되찾아 줄 후보를 선택하자.
김문열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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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9 to 5’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https://www.yeongnam.com/mnt/file/201212/20121210.0102307295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