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21212.01023072441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사람과 물건의 차이

2012-12-12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그 존재가 없어졌을 때 비로소 그것의 빈자리가 불편함으로 드러난다.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의 사소함이 주는 편안함은 고마움을 넘어서 얼마나 경이로운지….

너무나 사소해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지만, 그 사소함이 위력을 갖는다. 특히 이것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때 우리는 사소함, 익숙함의 가치를 새롭게 만나게 된다. 늘 쓰던 빗이나 손톱깎이처럼 손에 익어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 물건이 누구에게나 한두 개씩은 있을 것이다.

기능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신제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내 손에 익숙해지기까지 그 새로운 기능에 관하여 알아가며 보내는 동안의 어색함이 귀찮은 것이다. 이것은 아날로그 세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기능이 있는 물건들은 그 기능의 장점과 단점에 관해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내가 원했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건에 기능이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속성이 있다. 겉으로는 멋지고 선량한 표정부터 친절하게 명함에 인쇄된 직함까지 완벽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본연의 속성을 알아야 사람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이런 속성을 알아차리기까지의 시간은 새로운 기능의 물건이 손에서 익숙해지는 시간에 비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건의 기능은 직접 사용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고, 사람의 속성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안에서 제 스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래 사용된 물건에서 그것을 주로 사용하는 주인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마치 볼트와 너트처럼 어느 한쪽도 없으면 안 되는 구조와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그 물건이 다루어진 습관에서 주인의 감성이 읽어졌음이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속성은 무엇보다도 그 속에서 건강한 감성이 느껴질 때 가장 매력적이다. 자신의 명함에 인쇄된 직함의 기능에만, 그리고 자신의 편의에만 익숙한 그들의 이기적 속성이 드러날 때 그들은 누구에게 낡은 빗보다도 못한 불편한 물건처럼 느껴지지 않겠는가.

언제나처럼 오늘도 낡고 사소한 물건에서 사람의 감성을 읽는다. 그럴 때면 나의 사소한 일상을 함께 나누며 오래되고 건강한 감성을 가진 그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김효선 <조각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