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상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이 점점 디지털화되어 간다. 이런 것을 보면서 왠지 사람도 도구로 전락되어 간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 사람들이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미지에 쉽게 현혹되고, 편리해진 도구만큼이나 사람도 쉽게 취급되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인다. 기능이 놀라운 도구의 편리함에 길들여질수록 우리의 감각은 점점 무뎌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더욱 아날로그적인 사물에 애착을 갖게 된다.
아날로그적인 사물에는 그 세대가 기억하는, 또 그 물건이 지니는 각각의 의미가 그 시절의 온기와 감성으로 집약되어 가슴에 은은하게 와닿는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무뎌짐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편리함에 길들여져 감각적으로 무뎌진 사람을 대할 때면 나는 머릿속에 어떤 물건이 떠오른다. 또 아날로그적 물건을 보면 그것이 닳아 있는 모습과 닮은 사람이 연상된다.
나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내가 기억하고 그리는 아날로그적인 사물 중 하나가 연탄재다. 최신 디지털기능으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로봇들을 총동원하더라도 연탄재만큼 우리의 일상을 닮아 있는 물건이 되지는 않을 듯싶다.
우리가 매일 매일 사용하는 ‘시간’과 한겨울 어느 집앞에 하나하나 쌓여지던 ‘연탄재’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우리의 삶에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것이고, 그것을 소모하고 있는 동안에는 적어도 온전한 ‘사랑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연탄의 생명은 ‘불꽃’이고, 사람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이 둘의 온기가 지니는 긍정의 파급력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편리한 기능의 난방재가 넘쳐나는 좋은 시절을 사는데, 하필이면 사람들에게서 잊혀가는 저 불편한 연탄을 소재로 한 나의 작품을 보고 누군가는 묻는다. “그 집은 아직 연탄 때세요?” 그러면서 나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어본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너는 니 앞에 있는 똥을 세 번쯤 찍어 먹어 보고도 된장이라고 믿을 놈이야.”
김효선 <조각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