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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잠옷 입은 산타

2012-12-20

세상이 팍팍해져서일까. 이 즈음 온 거리에 울려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어려워졌다. 며칠 전 고향친구를 만나러 커피숍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듣게 된 크리스마스 캐럴은 나를 옛 추억에 빠져들게 했다.

어린 시절 성당에 다니던 내게 크리스마스는 늘 기다려지는 축제일이었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연극과 성가를 연습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기 때문이다. 특히 더 좋았던 건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크리스마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와 여동생은 설레는 마음으로 방 한 켠에 커다란 양말을 걸어놓았다. ‘산타할아버지는 왜 잠이 들었을 때만 오는 걸까’란 생각을 하면서 산타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저절로 감기는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은 공교로웠다. 어렴풋이 잠에서 깰 무렵 빨간 옷을 입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닌, 잠옷 차림의 아버지가 나와 동생이 걸어놓은 양말에 선물을 넣고 있는 게 아닌가. 아버지는 엄마를 향해 조용히 하라며 바쁘게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왠지 자는 척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어른들만이 아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나는 진실을 알고도 세살 아래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왜냐하면 내 동생이 산타할아버지를 얼마나 열심히 기다리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반면, 내게는 훌륭한(?) 꾀가 생겼다. 그 다음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올 무렵, 부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에 나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산타할아버지, 앞으로 착한 일을 많이 할 테니 12가지 색깔의 색연필을 꼬옥 보내주세요.” 그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따뜻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절로 웃음이 나는 추억이다.

그처럼 딸들에게 다정다감했던 아버지는 몇 해 전 병으로 돌아가셨다. 내 삶에 유일무이한 산타할아버지도 함께 잃었기에 상실감은 컸다. 너무도 기쁜 선물을 주었던 그 산타할아버지께 감사인사조차 못했던 게 회한으로 남았다. 유달리 추운 올겨울, 어릴 적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회상하며 우리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쁜 선물을 안겨주는 산타할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다.

문영숙 <햇님달님 천연염색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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