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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참으로 소중한 순간이 나에게 다가왔다. 대구지역 한 기관의 의뢰로 중학생들과 이틀 동안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웃음과 울음, 시끄러움과 침묵, 산만과 집중…. 학생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바라보며 내 안에서 많은 것이 올라오고 가라앉는 등 요동을 쳤다. 설렘이 미안함으로, 그 미안함이 벅참으로, 벅참은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매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환경의 변화. 어느 날은 이것들이 모두 수용돼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나를 보다가도, 이 감정이란 녀석에게 휘둘리며 마음이 짖어대는 소리에 널을 뛰기도 했다. 그날도 그랬다.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다 문득 일어난 학생들끼리의 다툼에 놀라 당황했다. 잠시 강사라는 나의 신분을 잊고, 그만 선생님의 영역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그러고는 선생님들 앞에서 그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해 버렸다. 선생님들의 마음도 불편하게 해버렸다. 나의 과욕이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고, 주변의 멋진 경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있는 그곳은 평범한 강의실이 되어 버렸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한순간에 다른 공간, 다른 사람들이 됐다. 떠남의 시간을 갖는 그 순간에도 학생들은 아쉬워하며 나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것이 그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의 마음과 감정이 학생들의 그 맑은 얼굴과 마음까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내 안에만 있음을 알게 된 순간, 학생들의 맑음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때 비로소 웃고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멋진 문경새재의 풍광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 이 순간 보이는 그것, 내가 있는 지금 이곳에서 몸과 마음이 그 순간을 산다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욕구에 널을 뛰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그러면 평온함을 유지하며 내 옆의 많은 것도 볼 수 있을 텐데. 어떤 것이든 볼 수 없게 되거나, 찰나에도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거나…. 그 모두, 내가 선택하는 것임을.
이미은 <연극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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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1/20130114.0102307295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