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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 안의 여러 역할을 만나는 시간

2013-01-21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오랜만에 내 귓가에 들어오는 노랫소리. 보통 멜로디가 날 따르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유난히 가사가 내 귓속에서 메아리쳤다. 문득 드는 생각, 내 속엔 어떤 내가 있을까?

분류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갖는 역할인 딸·누나·고모·이모·조카·손녀 등이 있을 것이다. 또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갖는 학생·연극인·연극치료사·기획자, 그리고 한 달 전에 시작한 가족세우기 조직자 등이 있을 것이다.

감정적인 모습을 하는 내 안의 나로서는 화내는 나, 속상해 하는 나, 미안해 하는 나, 고마워하는 나, 기뻐하는 나, 행복해 하는 나 등이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에 따라 아주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내가 가진 다양한 옷처럼 그냥 내가 입고 있는 것일 뿐이다. 다만 이 옷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 때인지 잘 인식하고, 그것을 잘 선택하고, 잘 입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을 해야 하는 시간에 한복을 입으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도 잘 봐야 할 것이고, 그 옷이 그 상황에 적절한지도 잘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모두 내가 하는 역할인데, ‘나는 이러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할로 많은 일을, 생각을,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역할만으로 나를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할 때는 딸로서의 역할을,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는 선생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순간 내게 필요한, 상황에 적절히 맞는 역할 옷을 입어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할 때 선생님의 역할 옷이 아닌 딸로서의 역할 옷을 입고, 학생들에게 엄마에게 하듯이 투정을 부린다면? 엄마로서의 역할 옷을 입고 있는데 막내의 역할 옷을 입은 듯 딸에게 자신의 요구만 주장한다면? 각자에 필요한 상황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혼란이란 상황만 연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상황에 맞는 옷을 제대로 입고, 그 역할도 잘하고 있는 걸까? 궁금함이 올라오는 나를 본다.

이미은 <연극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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