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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에 있는 쉼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기차는 물론 지하철과 택시까지 타는 등 나름의 힘겨움을 즐기며 프로그램실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보니 처음 쉼터 친구들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선입견 탓인지 처음에는 아이들과 거리를 뒀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살아내기 위해 이들이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에게 버려져 친척 집을 전전긍긍하다 결국 또 버려진 친구, 부모님의 학대에서 벗어나 살기 위해 도망나온 친구, 부모에게 성적학대를 받은 친구까지….
이번 친구들 역시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나에게 다시금 인식시켜 주었다.
7명 중에 유난히 친해 보이는 두 친구가 있었다. 한명은 보름 정도 뒤에 있을 쉼터행사에서의 토크쇼를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애를 쓰고 있었다. 다른 한명은 자신의 이야기로 동화를 만드는 글을 쓰고 있었다.
한참을 자기들의 일에 집중하더니 문득 한 친구가 어록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 들려줬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각각의 색깔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무지개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가 “그래, 그렇구나. 근데 무지개는 원래 예뻐”라고 말했다. 그러자 말을 꺼낸 친구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친구에게 차분히 다시 이야기했다.
“내가 예를 들어줄게. 니 얼굴이 예쁘고, 키가 커서 네가 예쁜 게 아니라 너라는 존재만으로 아름다운 거라고. 그냥 너라서 아름다운 거야.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거라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짜? 그럼 내가 아름다운 거네. 너무 멋진 말이다. 일기에 써야지”라며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사실은 나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괜찮은 말인 것 같긴 한데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설명을 듣자 머리에 돌을 맞은 듯했다.
‘좋다, 나쁘다’를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이 이야기를 과연 얼마나 깊이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고 얼마나 인정하고 지낼까?
이미은 <연극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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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쉼터 친구들과의 만남](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2/20130204.0102307222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