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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되면 등교거부하는 우리아이 뭐가 문제일까…

2013-02-19

학교에 가기 싫어 !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두고 있는 주부 이형자씨(43)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만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아이의 등교 거부가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정도는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아이의 투정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정신과는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로 붐비게 마련이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괴로움을 겪는 ‘등교 거부증’ 학생이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초등·중학교 입학때 주로 생겨
전체 학생의 5%가 고통 겪어
행동장애·분리불안 등 동반


부모와의 관계 문제가 원인
사랑 표현으로 건전한 정서 필요
친구와 못어울릴땐 폭력 의심을


◆중·고교생에도 나타나

등교거부증은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하고 원인 모를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무단 결석, 지각 등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등교 거부증을 보이는 학생은 전체의 약 5% 정도다.

등교거부증은 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8세, 중학교에 입학하는 13~14세에 많이 나타난다. 특히 최근에는 과다한 학업에 대한 중압감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교우관계, 학교 내 폭력 등으로 인한 등교거부증도 늘고 있다.

이러한 등교거부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행동장애, 분리불안, 특정공포증, 불안장애, 우울장애, 반항성 행동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등교거부증은 18세 이전에는 어느 연령에서든 발병할 수 있다.

등교거부증을 보이는 아이들 중에 갓 입학한 초등학생에게서 가장 많은 것은 분리불안장애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초등학생에게 주로 나타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한 학급에 두세 명씩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아동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이 특징적이며 학령기 아동의 3~5% 정도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적당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또래 관계 부적응, 학습문제, 자신감 저하 같은 다양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줄어들고 있지만 고학년에 나타나는 등교거부증은 더 심각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이 많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의 연령에서 나타나는 등교거부증의 원인에는 정서장애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부족한 배려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부모의 자녀양육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에게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우울장애의 가능성을 높이 본다. 이 시기의 청소년은 모든 스트레스를 행동화하는 경향이 있어 우울증의 증상도 무단결석, 가출 등과 같은 행동으로 표출되게 마련이다.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닌데 성적이 떨어지거나 거짓말이 늘고 귀가시간이 늦어지며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면 청소년기 우울증을 고려해야 한다.



◆학부모·교사 관심 최우선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등교거부증 문제가 근본적으로 ‘관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린이가 정신적·신체적으로 잘 발달하려면 적절한 영양섭취와 함께 건전한 정서적 경험, 즉 부모의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은 병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이가 부모의 지나친 관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진정한 사랑은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기의 소유물 혹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지 않는 것이며, 아이의 독립적인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다.

등교거부증은 대체로 등교 거부 기간이 짧을수록 결과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등교 거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 학교와 집에서 멀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가능하다면 학교의 등교를 지속하면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학교 거부의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먼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별다른 신체적 문제가 없을 경우 부모들은 먼저 무조건 야단치는 것을 피하고, 아이가 등교거부증을 가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아이에게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임을 이해시켜 아이를 안심시키고, 아이가 자신만의 고민이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줘야 한다. 많은 경우 부모와의 간단한 대화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학교 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놀리는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이나 청소년 전문가를 찾아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다. 중·고등학생이 학교 내 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반드시 그 사실을 부모나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도록 하는 등의 대처방안을 일러주는 것이 좋다.

또 항상 도와줄 사람이 가까운 곳에 많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담임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가해 학생이나 부모를 직접 만나서 해결법을 의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교사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교량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부모의 결함을 보충해 줘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정성원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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