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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도 방송국의 방송부 직원들은 모두 퇴근할 생각이 없는 듯 보입니다. 친구들은 이런 날 데이트나 나들이를 즐기느라 바쁘지만 방송작가인 저는 방송 준비로 평소보다 더 바빠집니다. 방송작가는 수습기간이 없습니다. 그저 기존에 일하던 작가와 똑같이 아니, 최소한 기존 작가만큼은 해야 한다는 부담만 주어집니다. 저 역시 무언의 압력과 질타 속에서 방송을 배웠습니다.
같은 일을 1년 이상 하면 요령도 생기고 탄력도 붙을 만한데, 정작 방송 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로운 방송 소재를 찾고, 그 소재 때문에 매일이 새롭고 힘들었죠. 그래서인지 방송국에서의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혹시나 방송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오늘 방송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돌아서면 다시 준비해야 할 내일 방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방송의 무사한 마침과 내일 방송의 준비를 시작하는 이 경계에 닿으면 ‘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중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착각도 듭니다. 물론 내가 준비한 내일을 오늘로 맞이할 누군가를 위한 것이죠.
그래도 휴가와 휴일을 반납하고 방송준비를 하다보면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나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십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그 이유는 언젠가부터 무언의 압력과 질타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청년실업이 300만에 달한다는 요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행복한 일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내가 잘 하는 일을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아빠의 발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아이의 머리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같지만 다른 것처럼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가 결국 내 행복을 만드는 첫걸음이겠죠.
저는 공휴일도 반납하고 방송을 준비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일을 위해 사는 것 같지만 오늘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는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늘 행복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 아닐까요.
강혜진 <KBS안동방송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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