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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중에는 하고 싶은 말을 되도록 참는 친구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혹은 상대에게 미움을 받을까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남의 기분을 생각해서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상대를 위하는 것이고 친절을 베푸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동안 자신을 희생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친절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절의 기준을 정하는 것만큼 애매모호한 기준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올바른 친절이라고 하면 무엇이든 도와주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마음 써주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인지 단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원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친절의 기본 시작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버스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겠다고 짐 가방을 받으려 하다 오히려 이상한 눈초리만 받고 상대가 자신의 짐을 등 뒤로 숨겼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또 길 가던 장애인이나 어르신을 돕기 위해 말보다 행동이 앞서 도와주려 하다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상대방은 놀라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올바른 친절을 위해 상대방이 나의 도움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친절이 아니라, 어쩌면 친절이라는 핑계로 자신도 말하기 싫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먼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보다 상대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을 꺼내주길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오해하기 때문이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한다면 서로 기분 상하거나 오해할 일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말이라면 몇 번이고 자신의 마음에서 도돌이표로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절을 잘못 인식하고 가슴앓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결코 불친절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대의 의견을 잘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올바른 친절은 시작됩니다.
강혜진 (KBS안동방송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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