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구상 그리고 환상
내일부터 5월18일까지 리안갤러리
데이비드 살리 작 ‘Age of Auden’ |
데이비드 살리는 줄리앙 슈나벨, 에릭 피슬과 함께 1980년대 미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우연성과 부조화성이 돋보이는 화면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창조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대중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을 구성했다. TV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고 모든 것이 일회용품으로 대체되는 첫 세대에 속한 그는 팝아트와 록뮤직, 저항정치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와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답을 찾은 과정을 화면에 담고자 노력했다. 80년대 뉴욕에서 리처드 프린스, 신디 셔먼, 로버트 롱고 등과 작업했으며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 빌바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을 대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리안갤러리가 그의 개인전을 25일부터 5월1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문을 연 리안갤러리 서울의 개관전으로 마련됐는데, 서울 전시에 이어 대구를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암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으나 개인전은 리안갤러리가 처음 유치했다.
1952년 미국에서 태어난 작가는 칼아츠에서 바바라 블룸, 잭 골드스타인, 매트 멀리컨, 제임스 웰링 같은 살리 세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개념미술가 존 발데사리를 스승이자 동료작가로 만나 회화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면서 자기만의 화풍을 만들어왔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보여줘 20세기 말 현대미술을 대변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그의 그림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양산된 이질적인 문화요소들을 페인팅에 인용한다는 점에서 개념미술의 형식과 강하게 밀착돼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유화의 전통을 여전히 고수하며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의 또다른 시대적 징후로 볼 수 있는 구상회화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살리 작품의 큰 특징은 ‘뒤섞임’과 ‘혼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안 대표는 “특정시대와 지역적 색깔이 드러난 그의 회화는 다양한 문화적 기호들이 스며있다. 하나의 화면에 다양한 주제, 기법, 스타일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결합시킨 것도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며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사진과 회화 양쪽에서 접근해 회화적 이미지와 사진 이미지의 조화를 이뤄낸 것도 회화의 세계에 살리가 이룬 주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최근작 15점이 내걸린다. 두개로 분할된 중간 크기의 캔버스를 사용해 화면 하단에는 누워있는 여인상·화면상단에는 알아보기 힘든 추상형태를 담고 있는 작품,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이 호수와 보트 같은 풍경과 뒤섞여있는 작품 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053)424-2203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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