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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여행 단상

2013-05-03
[문화산책] 여행 단상

직업의 특성상 비교적 많은 사람과 만나 대화해야 하고, 제법 복잡다단한 일이 생기고 또 이를 처리해 나가야 한다. 아둔한 탓인지 어느 정도 과부하가 걸리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원래 술을 좋아하는지라 자주 가까운 지인들과 술을 한 잔씩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인지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여러 생각 끝에 홀로 떠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그동안 여행은 늘 남들과 함께했다. 내가 어디어디로 어떻게 해서 가자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에서 행선지를 정하면 따라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가 고독의 결핍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최근에 홀로 떠나는 짧은 여행을 갖게 되었다.

여행코스는 이 계절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있는 곳, 아니면 최근의 여행 관련 신문기사를 읽고 행선지를 정하는 편이다. 물론 승용차는 사절이다. 지하철, 시외버스 등을 이용해서 길을 떠나고 현지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걷는다.

예전에 이탈리아 유학시절에도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는 주로 볼거리 위주로 다녔다. 반면에 지금은 주로 먹거리 위주로 동선을 짠다. 하지만 뭐 꼭 계절의 미각을 즐길 수 없더라도 무방하다. 시장구경, 거리구경만 하더라도 가벼운 고독 속에 큰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매주 멀리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주변을 걷곤 한다. 내가 일하는 아양아트센터는 금호강을 끼고 있는데 강변산책로, 자전거길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금호강변 누리길 등을 두어시간 걷다 보면 뻐근해지는 다리 근육과는 반대로 머리는 점차 맑아진다.

동네를 다니다보면 무심코 지나칠 때는 보지 못한 것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자리한 예쁜 찻집, 일부러 눈길을 끌기 위해 틀리게 쓴 듯한 간판 등. 주변을 걷는 것을 굳이 여행이라고 하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여행이라고 느낀다. 이 봄에 각자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기고 생활의 활력의 찾기를 바란다.

김형국 <아양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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