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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의 행자시절 2

2013-05-30
[문화산책] 나의 행자시절 2

파계사에 도착해 처음 만난 스님과의 일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불교에 무지했던 나는 처음 만난 스님에게 ‘아저씨’라고 부르고 말았다. 순간 스님께서 황당한 얼굴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출가하러 왔다”고 대답하니 또 한 번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진짜로 출가하러 오셨어요?”

“예”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 스님은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는 황당한 청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새까만 얼굴에 촌티가 줄줄 흐르는 외모, 긴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 올린 전라도 총각이 출가하러 왔다고 했으니 정상이 아니라 생각했을 수도 있을 듯싶다.

그래도 출가 복은 있었던지 스님은 “저녁공양을 했는지”하고 물었다. 멀리서 온 객을 맞는 절집의 인심이었지만 나는 한심하게도 저녁공양이라는 말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용기를 내서 다시 한 번 “아저씨, 저녁공양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답답했던 스님께서 한숨을 내쉬더니 일단 밤을 보낼 방 하나를 내줬다.

스님께서는 밤 9시가 되면 “모든 방에 소등하니 그 전에 해우소를 다녀오라”고 하셨다. 속으로 ‘해우소는 또 뭘까’ 생각하고 있는데, 스님께서 “해우소는 화장실”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짧은 시간에 파계사 사중엔 이 낯설고 황당한 예비행자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다. 평생의 도반 김 행자를 만난 것도 그날 밤이었다. 방에서 뒹굴뒹굴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밖에서 “처사님”하고 부르는 것이다. “아따 누구요”하면서 방문을 여니 나보다 어려 보이고 머리는 삭발한, 밤색 옷을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스스로를 김 행자라고 밝힌 그는 과자 한 봉지를 건네며 행자생활을 잘 해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절에서는 남자를 ‘처사’ ‘거사’, 여자를 ‘보살’이라고 부른다. 방안에서 맛있게 과자를 먹고 있는데 또 다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처사님, 방 안에 계십니까?” 그때는 나도 눈치가 있을 때라 곧바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다른 스님 한분이 서 계셨다. 스님은 날더러 무작정 따라오라고 하셨다. 스님을 따라 간곳은 다음 주에.

연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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