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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해녀의 집과 전복죽

2013-06-05
[문화산책] 해녀의 집과 전복죽

이른 아침인 데도 성산 일출봉이 손에 닿을 듯이 보이는 ‘오조해녀의 집’에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다. 아마도 전날 여로의 피곤을 이 전복죽 한 그릇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없지 않아들 보인다. 이 식당은 전복죽이 주 메뉴다. 상호 그대로 오조의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서 채취한 해물들로 만든 음식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선지 들어오는 손님이나 나가는 손님 모두 흐뭇한 표정이다.

전복전문집이라 자연 전복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밤에 있었을 여행객들의 다소 과장된 듯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소란스러운 식당은 오히려 전복죽 맛을 끌어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주문한, 청잣빛 커다란 사발에 가득 담긴 전복죽이 나왔다. 한 숟갈 떠먹어 본다. 고소한 맛과 함께 오돌오돌 전복이 씹히는 맛도 일품이다. 연두색의 연한 전복죽이 마치 어린 시절, 놋쇠 대접에 가득 담아 먹곤 했던 녹두죽 같은 데다 따라 나온 김치도 훌륭한 맛이다.

그렇게 아침 한 끼를 전복죽으로 해결한 다음 밖으로 나온다. 들어올 때 미처 보지 못했던 해녀석상이 입구에 서 있다. 포만감이 주는 여유다. 테왁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수경을 위로 치켜 올리는 모습을 새긴 석상이 손님을 반기고 있다. 반팔저고리와 도드라져 있는 아랫배를 감싼 투박한 반바지는 1950년대 후반, 구룡포 바닷가에서 처음 보았던, 검은 광목 차림이었던 해녀를 연상하게 하지만 깊은 눈매와 짙은 눈썹, 그리고 오뚝한 콧날은 어느 여자 탤런트 못지않은 현대미를 한껏 과시하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여인의 관심과 욕구는 물질하는 해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 한 그릇으로도 속이 든든하고 편하다. 문득 연둣빛 전복죽에 따라 붉은 팥죽이 끌려 나오고, 그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의 명분을 동생 야곱에게 아무 생각 없이 팔아넘긴 에서가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허기증은 그렇게도 참기가 어려운 것인가.

수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있는 해녀 석상 뒤로 멀리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일출봉을 지나가는 바람이다. 전복죽과 함께 갈치조림, 자리물회, 흑돼지, 그리고 뷔페까지를 메뉴로 올려놓고 더 나아가 2층의 방을 민박으로까지 내놓은 것을 보면 오조해녀들의 자부심을 전복죽 한 그릇으로는 채울 수 없는 모양이다.

이수남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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