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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신심변정각(初發信心便正覺)’ 처음 발심의 마음이 변함이 없으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불문에 처음 들어선 이에겐 금과옥조 같은 말씀이다. 출가를 위해 입산한다고 처음부터 바로 머리를 깎는 건 아니다.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서 출가하고자 하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그때 큰스님께서 머리를 깎아 주신다.
운명의 그날 밤, 원주 스님(절의 살림을 맡아보는 직책)을 따라 큰스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큰절을 올리고 무릎 꿇고 앉은 행자에게 세속의 인연사를 물었다. 따로 신원조회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큰스님 앞에선 낯빛이나 목소리, 행동거지만으로도 지난 과거를 숨기기 어렵다.
출가의 뜻을 재차 다짐받더니 큰스님의 한마디. “낼 새벽예불부터 7일 동안 삼천배 해라.”
속으로 ‘아~ 이제 죽었구나!’ 했다. 원주 스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낼부터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서 세면하고 3시까지 법당에 들어오라”고 하신다. 처음엔 7일에 걸쳐 삼천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루에 삼천배를 7일 동안 하라는 거다. 속이 복잡했다. 한 번도 절을 해 보지 않았던 내가 어찌 삼천배? 그냥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아버님 농사일이나 도울까? 아니면 서울로? 멍한 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 김 행자는 내게 절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성냥개비 10개를 주면서 숫자를 세라고 한다. 법당 구석에 자리를 잡고 절을 시작했다. 살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아침공양하러 법당을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밥을 먹으려고 하니 김 행자가 많이 먹으면 절을 못한다고 밥을 조금만 주는 거다. 이런 낭패…. 스물두 살 한참 먹을 나이인데.
비몽사몽 다시 법당에서 좌복을 깔고 절을 시작했다. 부처님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밤 11시가 다 되어 삼천배를 마쳤다. 4일째 되던 날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좌복은 땀과 눈물, 무릎과 발등에서 흐르는 피로 흠뻑 적었다. 그렇게 7일째 삼천배를 마쳤다. 큰스님은 “중 노릇은 행자 때 지은 복으로 평생 중 노릇 한다. 하심하며 열심히 수행정진하라” 당부하고 머리를 깎아주셨다. 출가할 때 입은 옷은 모두 태워 버리고 빡빡머리 파계사 정 행자의 하루가 이렇게 시작됐다.
연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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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의 행자시절 3](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6/20130606.0101907202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