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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루초 달라(Lucio Dala)라는 이탈리아 대중가수가 불러서 히트시킨 노래 ‘카루소’라는 노래 아세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3테너 콘서트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는 당대 최고의 테너가 우수에 찬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부르는 것 보셨죠? 바로 나의 일대기를 담은 노래랍니다. 어쨌든 제가 세상을 떠난 지 하도 오래 돼서(1921년) 요즘 사람들이 아직도 날 기억할까 싶어 잠시 자랑 좀 해봤습니다. 사실 이렇게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위에서 보고 있자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신기해서입니다.
첫째는 학교폭력, 왕따, 입시공부만 하는 학교생활 등 이런 숨 막히는 학창시절을 보내고도 한국 학생들이 잘 자라고 있단 말입니다. 자신감도 넘치고. 음… 취업 때문에 고민들이 많긴 하겠지만.
그리고 온통 K-pop만 존재하는 것 같은 이 나라에 웬 클래식 스타는 그리 많습니까? 나의 조국 이탈리아의 후배 오페라 스타들이 무척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한국 성악가들이 없으면 세계 오페라 극장들이 문 닫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한국이 말로만 문화융성시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즉 ‘문화가 산업이고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은 하는데, 문화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가운데 발전이 시작된다고 봐요. 그런데 시스템 구축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요. 물론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일의 선후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내가 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활동하던 때, 미국의 명사 중 내가 캐리커처한 그림이 들어간 나의 음반을 가지지 못하면 명사 축에 끼지도 못했답니다. 중남미 지방에 순회공연을 가면 온 시민들이 내가 묵는 호텔 밖에 모여 ‘비바 카루소’라고 외치기도 했답니다. 모든 예술가가 나와 같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예술가들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마음, 더 나아가 끊임없이 고뇌하고 영혼을 불사르는 우리를 존경하는 가운데 문화가 융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별로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위원회를 만든다, 제도를 고친다, 시스템을 개선한다 하니 내가 보기에는 순서가 바뀐 것 같아요.
내 정말 대단한 예술가들이 즐비한 한국이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모처럼 사바세계에 내려와 넋두릴 한 거니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그럼.
김형국 <아양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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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카루소의 독백](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6/20130607.0101807361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