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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정방폭포

2013-06-12

서귀포의 정방폭포를 다시 찾은 것은 10년여의 세월이 지난 다음이었다.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단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들, 그리고 쥐포 냄새로 가득한 주차장의 소란스러움을 바닷바람이 밀어내고 있었다. 가까운 데서 들려오는 장쾌한 폭포의 물소리도 예전 그대로, 세월과 파도에 씻겨 닳은 바위도, 바람에 밀려 날아오는 물안개도, 앞바다의 낮은 파도도 그대로인데 우측 수평선을 향해 튀어 나간 방파제와 가로등, 그리고 그 위를 달리고 있는 트럭들의 행렬이 낯설게 보였다.

그러다가 바다 가까이 있는 큰 바위 하나에 눈이 멎었다. 그때의 그 바위인가도 싶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막내가 다섯 살이던, 그러니까 이십오륙년 전 배낭과 텐트와 취사도구를 메고 제주도를 찾아왔던 우리 가족이 여기 한 바위에 1자형으로 나란히 올라앉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흰 반바지와 소매 없는, 호랑이 마크가 찍힌 검은 티셔츠 차림의, 오른손에 매미 한 마리를 자랑스럽게 잡아들고 있는 그 사진 속의 막내가 오늘 이렇게 렌트한 승용차로 달려온 길이다. 그러나 그 바위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는 없었다. 다닥다닥 표면에 수많은 자갈이 달라붙은 듯한 검은 화산암이 어디 한둘인가.

폭포 앞도 인종전시장이었다. 관광객마다 이런저런 자세로 사진촬영에 열심이다. 그러나 정방폭포는 수동적이다. 순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다가 지축을 뒤흔드는, 무지개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는, 천둥의 신이 살고 있었다는 나이아가라폭포가 떠오른다. 폭포 바로 옆에서, 그 도도한 물결이 수직으로 낙하하는 그런 모습에서 공포감을 털어내지 못하게 했던, 그러면서 그 물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마치 그것과 함께 어디로 둥둥 떠밀려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나이아가라폭포.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비닐우의를 입고 샌들을 신고 그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런데도 나이아가라폭포는 대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었다.

자연과 순응은 또 무엇인가. 거기서 머지않은 곳에 있는 서복전시관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알려진 대로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동남동녀 500쌍과 함께 왔다가 간다는 내용의 ‘徐市過之’를 폭포의 암벽에 새겼다는 전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냥 바다로 낙하하고 있을 뿐인 정방폭포에 인간들은 너무 많은 것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한다.

이수남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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