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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비움

2013-06-17

갈대가 즐비하게 우거지고 그 사이로 빈 나룻배가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에 빈 배 한 척이 눈에 포근히 덮여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그림이나 사진으로 즐겨 다루는 풍경이다. 우리는 왜 복잡하고 분주한 만선(滿船)의 모습을 즐겨 그리지 않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허주(虛舟)를 그리워하고 즐겨 그리는 걸까? 나름 생각해 보면 그 풍경을 가까이 하는 것은 아마도 일상과 생활에서 피곤함에 지친 우리에게 여유와 고요함이 간절히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요소 중에 여백의 미를 들 수 있다. 하얀 종이 위에 갖가지 사물을 채워 나가는데, 멈춤을 모르고 욕심만으로 가득 메워서는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 그림에서의 이런 표현기법은 우리 인생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움이야말로 우리의 인생을 더욱 빛나고 값지게 하는 것이다. 포지티브는 네거티브가 존재와 역할을 할 때 가치를 더욱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 비운다는 것과 채운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채움이 있어야 비움이 있고 비움이 있어야 채움도 있다. 사고를 비우지 않고는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새로운 사고를 채울 때 더욱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가득 고인 물을 비우지 않고는 맑은 물을 유지할 수 없고 새로운 물을 받아들여야만이 맑음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의 모습에서도 비움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은 빈 배와 같게 보이고 채움만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의 모습은 왠지 편안함이 적어보인다. 나이 쉰이 넘으면서 욕심을 가진다고 욕심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에 따른 이치를 터득하면서 비움의 깊은 철학을 알게 되었다.

옛 어른들께서 흔히 하는 말씀 중에 “제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가 있다. 이 말대로 각기 자기에게 맞는 분수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분수를 넘어서면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옛 말에 “욕심을 덜어낼 줄 안다면 언제나 해(害)를 피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비운다는 것은 결코 없어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비움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소중한 사랑의 나눔을 내포하고 그것이 되어질 때 충만한 마음의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참다운 비움이고 이것이 진정한 채움일 것이다.

안창표<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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