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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유리의 성

2013-06-19
[문화산책] 유리의 성

‘차란’이란 이름이 붙은 직경 1㎝가 넘는 쇠구슬은 당해내지 못했지만 알록달록한 환상적인 색채가 한 면으로, 두께로 속살처럼 퍼져있는 보배구슬은 큰 재산이었다. 광목 바지주머니에 불룩하게 들어있는 그 양감만 해도 무슨 부자나 된 듯했다. 미군이 강변에서 포사격 연습을 하고 남겨둔 화약에 불을 놓으며 논두렁에서 놀던 것은 일시적이었지만, 한겨울 검붉게 튼 손등을 부비며 구슬치기할 때의 그 보배구슬 속의 선명한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꿈과 설렘이었다.

그 무렵 짧은 유리조각을 종이로 말아 붙이고 그 속에 색종이를 오려 넣고 돌리면서 보는 만화경도 유리의 세계가 보여주는 신비함 바로 그것이었다. 유리창은 마분지나 골판지, 또는 얼룩덜룩한 종이로 된 것에서 볼 수 없는 투명함이 있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최초의 통로이기도 했다.

낯선 길 위에 선다는 그 자체로도 이미 설렘과 기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제주에 있는 ‘유리의 성’은 유년기의 그런 꿈과 환상을 되살려주는 곳이라 더욱 매력적이었다. 제주시 현경면에 있지만 오히려 서귀포시에 가까운 유리의 성은 유리로 연출할 수 있는 이 땅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더 나아가 비록 성장이 멈춘 물질로 나타나 있지만 오히려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수많은 개체와 집단과 어울림이 하나의 독특한 세계를 이룬 곳으로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한다.

해질 무렵 유리가 빚어내는 세계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유리의 성에는 꿈꾸는 사람만 수용한다는 그런 규칙이 있어 보인다. 손에 닿으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한다는 미다스왕의 신화처럼 유리의 성에는 손에 닿으면 마치 이 땅의 모든 것이 유리란 물질로 변하게 하는 무슨 유리의 신이라도 있는 듯하다.

유리의 성 본관을 지나면서부터 전개되는 20여곳의 갖가지 놀라운 유리의 세계가 입장객을 맞는다. 특히 만화경 같은 거울미로, 석양을 받아 더욱 빛나는 보석터널, 신데렐라를 눈앞에서 만나게 하는 유리구두, 이뿐 아니라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콩나물·선인장·말·첨성대, 곧 무슨 음률이 쏟아질 것 같은 각종 악기들, 실제로 착각하게 하는 유리의 화원….

유리의 성이 보여주는 것은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것을 거부하는 몸짓이다. 어디까지가 실상이고 허상인지를, 어디까지를 들을 수 있고 없는가에 대해 물음과 해답을 동시에 제시해주면서 조화와 화음이 빛과 색채로 연출되고 있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다.

이수남 <국제펜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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