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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슬픔에 대하여

2013-06-28

아마도 슬프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슬픔에,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속눈물을 삼키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슬픔에는 정화와 치유의 효능이 있는 듯하다. 그 슬픔에는 인과관계가 있을진대, 그것을 돌아보면서 그러한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슬퍼하는 그 순간에 사람은 누구나 선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슬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참척(慘慽)의 슬픔이 가장 가혹한 것, 인간이 차마 감내하기 힘든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 타계한 작가 박완서를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분은 일평생 죽음과 가까이 있었다. 전쟁 통에 가족을 잃고 단지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모와 만행을 견디어 내야 했다. 불혹의 나이에 혜성처럼 등단하여 가슴에 쌓여 있던 응어리를 글로써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줬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과 아들을 몇 달 사이에 잃고, 그래도 살고자 꾸역꾸역 입에 밥을 넣는 본인의 모습에 한없이 괴로워하던 분이었다. 그러한 참척의 고통 속에 이해인 수녀와의 대담을 묶은 산문집 ‘대화’를 펴냈고, 더 맑아진 영혼으로 아름다운 글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슬픔은 참으로 아프고 피하고 싶은 것이긴 하지만, 고통 속에 생명이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를 거듭나게 해주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슬펐을 때 가장 너그럽고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었던 것 같다. 그런 순간에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고, 수용하지 못할 상황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슬픔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었고, 또 그러할 수 있다고 자신했건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치유의 효능이 엷어지게 되고, 애써 외면하며, 또는 잊은 듯 지내게 된다.

그리고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치 않은지라 뒤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도 그리 생기질 않는다. 지금 해결해야 할 일,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쫓기듯 보내게 된다.

슬픔에는 치유의 효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보기는 누구나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인생이고 역사이며 현실이었는데 거기서 반성하지 못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며 그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더 아름다워지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 슬픔은 너무나 허망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다시 슬픔의 세계로 빠져 버리려 한다. 그래서 자학하듯이 스스로 고통의 상념에 잠기게 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슬픔을 가치 있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기꺼이 슬퍼지고 싶다.

김형국<아양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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