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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텃밭 가꾸기

2013-07-01

고희를 맞이하던 해에 내정사 산자락에 텃밭을 분양받았다. 엄동설한을 보내고 어느새 봄 햇살이 기지개를 켤 때 씨앗을 뿌렸더니 상추와 고추, 토마토가 6월의 눈부신 햇빛을 받아 제법 제각기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밭이랑마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앙증맞은 연둣빛을 바라보면 서울에 사는 손자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훗날에 꽃이 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때를 생각하니, 몸이 쇠약한 필자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어 생기가 절로 솟아난다.

거실 한쪽에서 캔버스를 이젤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는 다르게, 밭일로 소일을 하며 손발로 비비대고 가슴으로 느끼는 흙의 온기는 신세계를 만난 듯 신비롭다. 경험으로 보아 밭을 가꾸어가는 자세는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이를테면 황무지를 비옥한 토양으로 가꾸어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까지 끊임없이 정성으로 보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흙은 진실하며 정직하다. 그 속에서 싹이 돋아나고 저마다의 색깔로 완성해가는 조화로운 섭리를, 몸소 체험할수록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히 소일거리로 시작한 텃밭 일도 이맘쯤이면 분주하다. 밭이랑마다 김을 매고 물을 뿌리며 줄기를 곧게 세워주어야 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봄날에 토마토 줄기를 기어오르는 애벌레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 필자의 삶과 교차되는 그 순간의 심정을 적어 본다.

“대지가 잉태한 새싹들이/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바람에 빛에 시달리며/ 생기를 잃어가는 그녀의 감성/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는 곳에는/ 고향이 없다/ 수많은 생각이 맥박으로 고동치는데/ 풀꽃 닮은 너의 겸양은/ 애벌레의 비밀스런 눈빛을/ 대지에 숨겨 두고// 태양의 배꼽에 끝없는 광채 풀어/ 음성으로 듣지 못한 채/ 이끼 낀 명상은 고통의 허물을 벗고/ 애벌레서 태어난 새 생명/ 나비의 부활”

텃밭 가꾸기가 내 일상에 새로운 힘을 준다. 자연의 생명력에 나는 늘그막에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키워나간다. 텃밭의 채소들이 자랄수록 나의 꿈도 커져만 간다.

최옥영 <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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