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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꽃들의 꿈과 생존전략

2013-07-05
[문화산책] 꽃들의 꿈과 생존전략

4층 베란다 꽃밭에는 더덕, 마, 나팔꽃 줄기들이 학자스민 줄기를 감고 오르고 있다. 완두콩과 여주 열매까지 싹을 틔워 도라지 잎을 휘감아 창문 틈 6월 바람을 손짓해 부르고 있다. 시집살이 때 이불호청 두드리던 다듬잇돌을 밟고 선 화분엔 토란잎이 초여름 갈증을 견디느라 허리 휘청거린다. 작은 돌절구엔 수련과 창포가 그러고 보니 참 두서없는 묵정밭이다. 어처구니 빠진 맷돌 위짝 구멍엔 분홍 사랑초 꽃들이 흐드러져 어둡던 시절 추억의 보석 상자를 열어 보인다. 오르기를 포기한 나팔이 화분 밑바닥에서 꽃 한 송이 급하게 피워 올려놓고 나팔을 불고 있다. 성공한 인생처럼 보이는지 삐쩍 자라 쓰러지고 있는 도라지가 부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서로 정다워 보이는 저 꽃들의 사회 속에도 분명 치열한 암투가 있을 것이다.

그 그늘에서 허리 한번 펴지 못하는 두메달맞이가 신라시대 처용 아내를 대변하는 시 한 편 토해내고 있다.

봄비는 추적추적 임발자국 소리 겉지예/ 벚꽃 꽃잎은 나풀나풀/한숨지미 떨어지고 있지예/ 혼차 지샐라카이 너무 적막강산이라예/봄밤이라예/ 안그래예?

필자의 졸시 휴화산이라예(시집 신처용가 중) 한 부분이다. 꽃을 그냥 즐기면 될 것을 시인은 왜 쓸데없는 상상과 사유로 말없는 사물들의 입술 달싹이는 모습을 보고 있는가? 그러나 필자의 인생은 시가 없었다면 적막강산이었을 것이다. 그 어둠의 늪에서 빛이 되어준 것은 어릴 때 아버지의 소설가가 되라는 말씀이었다. “그렇지, 내게도 꿈이 있었지.” 그 꿈의 실마리를 찾아 시공부도 하고 인터넷으로 가르치기도 하면서 시극 극본 연출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꿈의 정원을 가꾸다 보니 원망도 가슴앓이도 사라졌다. 몸도 마음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우울증 등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 시를 쓰면서 말문이 열리고 세상 바라보는 눈이 밝아지고 생각이 깊어진다.

부모님과 선생님, 책에서 다른 사람이 느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던 소극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사물의 의미를 스스로 재창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니 속이 후련해질 수밖에.

앞으로 긴 노후를 위한 생존전략의 한 방법으로 일기라도 좋으니 글 쓰는 적금 통장 하나씩 가지면 훨씬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시란 사물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일이라며 아흔의 연세에 시집을 출간한 한 할머니 행복해하던 얼굴 잊어지지 않는다.

정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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