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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세가지 없는 세가지

2013-07-11
[문화산책] 세가지 없는 세가지

가끔 오페라를 처음 보러 가는 사람들로부터 “오페라 보러 가는데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옷이 날개잖아요. 당신이 빛날 수 있는 가장 편한 옷을 입고 가세요”라고 얘기한다. 아직 오페라가 일반인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장르라는 반증이다.

혹자는 오페라 극장 로비는 멋진 정장을 입은 이들이 고급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1637년 베네치아에서 산 카지노라는, 일반인들이 표를 사서 입장하는 극장이 세워진 때부터 오페라는 이미 대중예술로 발전되어왔다.

바그너가 바이로이트 허허벌판에 로비와 통로를 없애고 편의시설 하나 없는 극장을 건설해 놓고 한여름 밤에 관객을 향해 정장을 입으라 한 것은 오직 극에 집중하기 위한 오페라 이상세계의 실현이었다. 바이로이트처럼은 아니더라도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오페라를 오페라로 즐길 줄 아는 관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관객은 표를 사서 공연장을 찾아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자기를 치유하고 회복하여 자신의 삶터로 돌아가 다시금 희망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삶을 이어나가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도심의 공연장들이 카페테리아나 아트 숍, 북 숍 등의 부대시설을 공연 시작 전뿐만 아니라 공연 후에도 일정시간 개방하여 그날의 감동을 서로 나누고 기념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관객과 연주자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벗의 우정을 다룬 중국 초(楚)나라 때 거문고의 명인 유백아와 종자기의 일화를 종종 인용한다. 유백아가 강 기슭에서 홀로 거문고를 연주하는데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살펴보니 종자기라는 사람이 먼발치에서 엿듣고 있었다. 숨어 들은 연유를 물으니 연주 소리가 범상치 않아 방해가 될까 감히 나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유백아는 후일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길을 떠난다. 수년 후 다시 돌아와 종자기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병들어 죽고 없었다. 유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이가 세상에 없으니 이 악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부수어 버리고 그 후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한다. 마음으로 연주하고 마음으로 들어주는 관객에게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훌륭한 연주자와 훌륭한 관객이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공연장이 우리 가까이에 많았으면 좋겠다.

이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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