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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성악가> |
가난했던 이탈리아 유학시절, 내가 살던 오지모에서 밀라노로 레슨을 받으러 가려면 버스로 안코나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가다 볼로냐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하루는 돌아오는 길에 볼로냐에서 안코나까지 가는 기차가 파업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아 부랴부랴 안코나 근처 파노까지만 가는 로컬 기차를 탔으나 밤이 늦어 그 기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잠이 들었나 싶을 때쯤 어디선가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 눈을 떠보니 이미 날이 밝았고, 기찻길 옆 아드리아 해변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사이로 노란 해바라기들이 밤새 머금은 이슬을 대지에 뿜어내고 있었다. 그 소리의 정체는 역무원이 객차 점검을 하면서 부르고 있던 ‘O sole mio’였다. 그 벅찬 감격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O Sole mio는 에두아르도 카푸아가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면서 작곡했던 것을 매년 9월에 열리는 나폴리의 ‘피에디 그로타’ 민요경연대회에 출품하여 2등으로 입상한 곡이다. 출판업자 비데리에 의해 테너 카루소가 레코드를 취입하고 미국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외에도 ‘산타 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푸니쿨리 푸니쿨라’ ‘불 꺼진 창’ 등 수많은 나폴리타노(나폴리 사투리로 된 민요)의 향수를 찾아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이 나폴리를 찾는다. 파르테노페와 율리시스의 신화가 지중해의 아름다운 경치에 녹아 있고, 열린 창문마다 내걸린 빨래들 사이로 전해지는 떠들썩한 소란이 밉지 않은 곳, 무질서함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나폴리. 올해는 또 어떤 멋진 노래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우리는 어떤가. 대구에서 열리는 유수의 콩쿠르들이 돈의 향기를 좇는 콩쿠르 사냥꾼들에게 먹잇감 정도로 전락하고 있지는 않은지…. 1등을 하지 못해도 대구의 정서와 삶이 녹아 있는 음악, 상금이 적어도 명예가 되고 모두가 함께 부를 수 있어 축제가 되는 콩쿠르가 공연문화예술 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동무 생각’ 때문에 청라언덕을 올랐고, ‘비 내리는 고모령’이 정겨워 망우공원 시비(詩碑)를 찾았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리며 방천시장 둔치를 거닐었다. 하나둘 대구의 멋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o sole mio 대신 아름다운 대구 사투리로 된 멋진 노래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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