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 감싸듯 배치·인근 고분군 조성 공통점…산성은 낙동강변에 밀집
헬기에서 내려다 본 초곡산성. 산 정상 8부 능선을 머리띠처럼 돌린 테뫼식 산성이다. <달성군청 제공> |
‘성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길을 닦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는 반드시 흥한다.’
이는 닫힌 사회는 망하고 열린 사회가 발전한다는 말로, 투르크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명에 나오는 글귀다. 하지만 성(城)은 전쟁시 외적으로부터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군사방어 시설로, 평화시에는 맹수로부터의 침입을 막는 등 주거방어 시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로 불릴 만큼 수천개의 토성과 산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많은 토성과 산성을 갖고 있다. 대구에 성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대 군사요충지로서의 가치가 컸기 때문이다. 산성의 축성 배경에는 고구려와 백제, 가야세력을 겨냥한 감시와 방어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대구지역의 고대 성곽은 어떤 의미와 특징을 지녔을까.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장은 “대구지역의 성은 크게 낮은 구릉지에 쌓은 것과 산 정상에 구축한 성으로 나눌 수 있고, 성벽의 재질에 따라 목책, 토성, 토성과 석성, 석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4세기에는 토성, 5~7세기에는 주로 석성이 축성됐다”고 밝혔다.
달성토성, 용두산성, 검단토성, 봉무토성, 고산토성 등은 해발 40~100m의 낮은 구릉지에 쌓은 반면, 팔거산성, 용암산성, 대덕산성 등은 해발 100m 이상에 위치한다.
대구지역 산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조효식 나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대구지역 고대 성곽은 구릉지역 토성에서 점차 산성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상당수의 성곽이 정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구지역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성은 대구분지 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다. 또 성 인근에 고분군이 축조된 경우가 많다. 달성토성과 비산·내당동고분, 봉무토성과 불로고분, 팔거산성과 구암리고분, 성동토성과 성동리고분, 화원토성과 성산리고분, 문산산성과 문산리고분, 설화산성과 설화리고분, 용암산성과 도동고분, 초곡산성과 양리고분 등이 그 예다.
그는 삼국시대 대구지역 성곽분포를 크게 낙동강변, 금호강 이북, 금호강 이남 등 셋으로 구분했다. 낙동강변의 경우 하산리산성을 필두로 문산산성~죽곡산성~화원토성~설화산성으로 이어지고, 금호강 이북은 함지산의 팔거산성을 비롯해 북동쪽으로 봉무토성과 용암산성으로 연결된다. 금호강 이남은 대구의 중심인 달성을 비롯해 검단토성, 대덕산성, 용두산성이 축성돼 있다. 시지 쪽에는 욱수산성과 성동토성이 위치한다.
대구지역 고대 성곽의 가장 큰 특징은 달성을 중심으로 대구분지를 감싸듯이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토성의 경우 대부분 큰 강과 소하천 지류의 인접한 곳에 위치하며, 축성집중도가 높다. 산성의 경우 낙동강변에 주로 밀집돼 있는 게 특징이다.
산성은 형태에 따라 계곡을 감싸고 쌓은 포곡식(包谷式),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7~8부 능선을 따라 거의 수평 되게 머리띠처럼 둘러쌓은 테뫼식, 이 둘을 합친 복합식 산성으로 분류한다. 달성·검단토성·성동토성 등은 포곡식 성이고, 용암산성·문산산성·초곡산성·팔거산성 등은 테뫼식이다.
지금까지 대구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성곽은 20개가 넘는다. 달성군에서만 10개다. 하지만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달성토성, 용암산성, 초곡산성 등에 불과하다.
함순섭 대구박물관장(위클리포유 대구지오자문위원)은 “대구지역에 분포한 성에 대한 연구는 지표조사가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발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산림녹화사업의 결실로 숲이 우거져 촬영조차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일제강점기 대구 달성과 경주 반월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식민사관에 근거한 일제 관학자의 조사를 한국 고고학사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번호 위클리포유에서는 성곽 전문가의 자문 아래 고대 대구지역에 축성된 대표적인 토성과 산성 12곳을 소개한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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