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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피던 봄날에 후배와 함께 의성 산운마을에 다녀왔다. 이 마을은 금성산과 비봉산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영천 이씨 집성촌으로, 일명 ‘대감마을’로 불린다고 한다.
마을 초입에는 경북유형문화재(제242호)로 지정된 학록정사가 있다. 이곳은 입향조인 이광준 선생(대학자)을 추모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하여 영조 때 건립하였다고 한다. 학록정사 옆에서는 담장이 높게 둘러싼 지방문화재자료인 소우당이 있는데, 건축양식이 고색창연하고 처마 끝이 날아가는 학처럼 고아하다. 정원 뜰 뒤편에는 아담한 별당 한 채가 만발한 모란꽃 속에 자리하여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별당채는 양반댁 규수가 혼인할 때까지 신부수업을 받으며 거처하는 곳인데, 방의 크기를 보더라도 그 당시 여성들의 체구가 얼마나 작았는지 알 수 있다.
세월의 긴 시간을 말해주듯 정원 오솔길은 소나무와 우람한 회화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회화나무는 자손들이 과거에 급제할 때마다 한 그루씩 기념수로 심어왔다고 전해온다. 회화나뭇길 따라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조선양식의 연못과 누각을 바라보니, 선비의 사색과 풍류를 한눈으로 볼 수 있다. 그 외 용문정을 비롯해 민속재자료인 점우당과 운곡당 등 많은 고택들이 부락을 이루고 있다. 또한 산운마을의 유래를 보여주는 생태공원은 자연학습원과 생태전시관, 나무다리, 공룡화석과 인류의 진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학습장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
토담길 따라 마을을 돌아보니 3년 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떠오른다. 이곳은 그 마을과는 달리 담장이 높으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성벽의 흔적에서 또 다른 풍취를 느낄 수 있다. 같은 제목의 민요에도 한 서리고 애절한 정선아리랑이 있는가 하면, 억양이 강하고 구성진 육자배기의 진도아리랑도 있다. 이처럼 어떠한 현상에 대하여 각양각색으로 느끼는 맛은 체험으로부터 가슴으로 다가온다. 식물의 숨은 뿌리를 발견하고 신기해하며 감동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역 곳곳에는 역사의 훌륭한 문화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매년 가을쯤에는 지방마다 민속문화 축제가 연이어 열린다. 오는 가을에는 하회마을로 가서 각시탈을 쓰고 덩실덩실 춤을 춰 볼까 한다.
최옥영 <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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