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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노블레스 오블리주

2013-08-20

사회적 지위와 명예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초기 로마시대의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귀족사회를 지키려는 정책의 일환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초기 로마사회에서는 사회고위층인 귀족들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고, 이런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져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공헌했다. 한니발의 공격으로 포에니전쟁이 발발하자 재산이 많은 원로인들이 전비조달을 위해 전쟁세를 신설했고, 그들은 제일 먼저 기부·헌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레에 돈을 싣고 국가에 바쳤다. 이를 본 평민들도 앞을 다퉈 세금을 냈다. 전쟁이 길어져 국고가 바닥나자 평민들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유산계급들에만 구입하게 했다. 그뿐 아니라 귀족들은 평민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영남 만석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경주 최부잣집은 약 300년 동안 12대를 이어 간 부자로 유명하다. 경주 최부잣집에 들어서면 먼저 최부잣집의 가르침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마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의 ‘육훈(六訓)’이 눈에 띈다. 삼대가 가기 어렵다는 부자의 명맥을 12대에 걸쳐 이어 온 이유가 바로 이들의 가훈을 철저히 이행한 데 있지 않았을까. 최부잣집 소작농이 되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그들은 대를 이어 가훈을 지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최부자는 12대로 막을 내렸을까.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잘 지킨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활빈당의 거센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았지만, 12대 최준에 이르러 나라를 일본에 빼앗기자 ‘나라가 없으면 부자도 없다’는 신념으로 독립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재산을 내놓고 광복 후에는 교육사업에 전 재산을 기부했다. 이것이 최부잣집이 12대로 막을 내린 이유가 아닐는지.
김완수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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