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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과 1학년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얼마나 행복하냐. 노래만 잘하면 되니까.” 쉽게 말하지만 사실 내게도 ‘노래만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고 아직도 매일매일 숙제인 일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난 장래희망란에 성악가를 쓰곤 했다. 엄마를 비롯해 주위 대부분 어른이 성악가여서 노랫소리가 내겐 너무 익숙했다. 거기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 받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일은 최고의 직업으로 느껴졌다. 물론 지금도 너무나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 편안한 직업은 아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마음껏 놀 수도, 술을 마실 수도, 피곤해서도 안된다. 어쩌다 감기라도 걸리면 성악가들은 마음이 지옥이다. 그만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내가 성악가인 엄마를 보고 당연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뿐인 딸이 초등학생땐 장래희망란에 당당히 성악가라고 적었다 말하고, 노래대회가 있으면 당연히 나가서 수상해야 했다. 물론 내 아이도 노래하는 부모 밑에서 보고 들은 게 노래뿐이다 보니 비교적 예쁜 목소리에 정확한 음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의 장래희망이 갑자기 바뀌는 사건이 일어났다. 재작년인가? 내가 좀 아파서 나쁜 컨디션에 힘들게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걸 보고 성악가의 꿈을 접은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성악가가 연주 때 예민하게 굴고 체격이 뚱뚱한 것도 한몫을 했을 거다. 어쨌든 내가 아이의 좋은 본보기가 못 되어 꿈을 꺾은 것 같아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마음속으론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내 아이는 좀 편하게 살아갔으면 해서다.
예술가들이 대부분 예민하지만 연주 전의 연주가들은 엄청 까칠하게 군다. 며칠전 신문에서 예민한 음악가로 소문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연주 중에 관중석의 기침소리며 소음들에 예전과는 다르게 미소를 띠며 여유있는 연주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그의 높은 음악성과 원숙한 인간미에 박수를 보냈다. 연주를 준비할 땐 음악에만 예민하고, 연주할 땐 무대에 서는 기쁨과 노래하는 순간의 행복감이 충만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
연주를 준비할 때의 보람도, 좋은 컨디션 유지를 위한 노력도, 무대에서 노래할 때의 기쁨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운 날씨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 내 학생들, 그들의 멋진 미래를 위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수경 <소프라노·대구가톨릭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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